채운국이야기

신옥주 | 기사입력 2020/04/20 [09:32]

채운국이야기

신옥주 | 입력 : 2020/04/20 [09:32]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몇 년 전부터 책을 서점에 직접 가서 살펴보고 구매하는 경우보다 웹상으로만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다보면 종종 생각하지도 못한 책을 받아 보거나 버리지도 못할 책을 만나기도 한다.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게 되어 모든 것을 집안에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생활한지 두 달이 넘었다. 서점도 안가고 도서관도 안가고 두리번두리번 사놓고 처박아두었던 책을 펼쳐보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주변에서 읽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 책으로 22권의 장편이다. 나도 지금과 같은 시국이 아니라면 아마 몇 년은 더 책꽂이에서 쉬고 있을 책이었다.

 

채운국 이야기, 총명스럽고 귀여운 수려 아가씨가 펼치는 아름답고 화려한 중화풍 코믹 판타지 소설이라는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 그 흔한 해리포터시리즈도 한권 안 읽을 정도로 판타지를 싫어하던 나는 주문한 책을 보고 읽을 마음이 사라졌었다. 그래서 판타지 소설은 처음 접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독성이 뛰어나고 역사를 다룬 내용이라 흥미도 나고 심지어 현 상황을 그대로 예언한 듯한 내용 전개가 밤을 새워 읽게 만들었다. 아직 완독하지 못하고 12권째 독파중이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까지는 여인 등용이나 여인을 위한 관리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신라시대는 여왕도 있었고 고려시대는 여인을 위한 제도가 있었다고 하는데 유교를 숭상하는 조선에 와서는 여인을 위한 많은 제도가 사라지고 여인은 그저 시집이나 잘 가서 남편을 보필하여 현모양처가 되면 칭송을 받았다. 중국도 그러했다. 그런데 이 책은 판타지라 그런지 생각지도 않은 금기를 깨거나 역사상 있지 않았던 일을 소재로 다루기도 한다.

 

채운국은 과거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평민에게도 공평한 기회를 주어 머리만 똑똑하면 누구나 관리가 될 수 있다. 나라에서 치르는 시험 국시는 매우 어려우며, 지방이나 중앙에서 내노라 할 정도로 머리가 똑똑하다고 자자한 사람조차 돌파하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할 정도이다. 평민들에게 과거시험이 허용된다고 해도 남자만 시험 볼 자격이 주어진다. 여자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데 어린 시절부터 관리가 되고 싶어 하는 여주인공 홍수려가 등장한다. 내용을 조금 읽고 그저그런 책이구나 싶어 대충 읽기로 마음먹었었다. 각 권마다의 에피소드도 다양하지만 내 시선을 끈 부분은 8권부터이다.

 

예년보다 겨울이 빨리 찾아오고 가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린 탓에 산나물이나 산과일의 수확이 적은 시기. 평소엔 고지대에 살아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볼 수 없는 짐승들이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온다. 아주 높은 곳에 사는 은여우가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왔다 가고나면 발병하는 전염병. 사실 전염병이 아니라 은여우가 남긴 무언가를 섭취했을 때 발생하는 병이지만, 누구하나 이 병의 경로를 모르고 치료법을 모르고 잠복 기간을 몰라 우왕좌왕한다. 병색이 나타난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사망에 이르는 병이 산촌을 중심으로 드문드문 나타난다. 관리들은 중앙의 높은 사람들이 아니라 산골의 무지렁이들이 걸리는 병이라며 쉬쉬하였다. 중앙으로 보고도 하지 않고 산촌을 폐쇄하거나 시신과 함께 마을을 불태워 모든 증거를 없앤다. 십여 년이 지날 동안 다시 나타나지 않는 병이라 대책을 세우지도 않는다. 이럴 때 이 병을 고치려고 애쓰는 일반 의원들과 지방의 선한 관리들이 밤낮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코로나 때문에 애쓰는 우리나라 의료진과 공무원을 떠올리게 되었다. 중앙 관리들의 숨기거나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공을 가로채기에 급급한 모습도 연일 매스컴에서 보여주는 모습이다.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어서 슬펐다. 그래도 물밑에선 여전히 노력하는 일반인들이 있고 돈이 되지 않아도 잠 안자고 치료해주는 의사가 있고 누구하나 보아주지 않아도 뛰어다니는 공무원이 있다. 이 나라는 그런 사람들이 지탱해온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타인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의 노고가 더욱 절절히 다가왔다. 조용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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