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모작 – 치매아내 간병인이 된 어느 한 많은 G씨

허억 | 기사입력 2020/05/18 [15:16]

인생 2모작 – 치매아내 간병인이 된 어느 한 많은 G씨

허억 | 입력 : 2020/05/18 [15:16]

▲ 허억 명예교수(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면역학교실)     ©

G씨의 이야기는 우리들이 주위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가 아닌 아주 특이한 경우이고 반면교사가 될 것 같아 이 글을 쓰고자 합니다.

 

G씨는 아주 어려운 가정에 장남으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끼니걱정에 대한 공포가 무엇인지 알고 살았다. 어린 소년 G씨의 소원은 밥 한번 마음껏 먹는 것이었다. 해방둥이 G씨의 삶이 그 당시 초근목피가 무엇인지 아는 모든 어른들의 삶일지도 모른다. 집안형편이 가난했지만 공부를 좋아해 땅바닥을 연습장 삼아 글 쓰고 산수문제 풀이한 G씨는 학교에서 시험만 보면 항상 만점을 받는 일명 천재소년으로 동네 화재의 인물이었다. 중고교 입학시험에 당당 수석으로 합격해 중고교를 장학금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대학교 입학은 전체 차석이며 단과대 수석으로 합격해 장학금으로 입학하고 생활비는 과외를 하여 해결했다. 과외를 하여 심지여 동생 학비까지 도맡아 해결했으니 그 대학생활이란 설명하지 않아도 뻔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과외과정에는 지금의 장모의 공이 컸는데 장모가 일명 과외 영업상무인 샘이었다.

 

G씨의 평소 소원은 집안이 가난으로부터 탈출해 식구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배불리 식사하는 것이었다. 공부하다가도 문득 문득 힘들게 사시는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히며 주먹을 불끈 쥐곤 하였다. 이집 저집 다니며 바쁘게 과외를 하는 신세라 식사 시간을 제대로 맞추어 본적이 없고 그리고 가난을 타개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살았다. 대학 재학시절에 사법고시에 합격해 사법연수를 마친 후 판사로 6년 봉직 후 사직하고 로펌에 근무했다. 속된 말로 아주 똑똑한 자식은 국가의 아들이고 그 다음은 장모의 아들이고 평범한 자식은 부모 곁에 남아 효자 노릇한다는 말이 있다. G씨는 결혼 후 맏이로서 부모형제에게 도움을 준 것이 별로 없고 속된 말로 국가의 아들도 아닌 장모의 아들이었다. 이로 인해 학창시절의 꿈인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오손도손 식사는 사라지고 오직 처가 데릴사위로 살았다. 처가살이로 인한 부모와 형제들과의 사이가 서먹서먹해지고 급기야는 남남처럼 지냈다. 이로 인한 죄책감에 심성이 착한 G씨는 누구에게도 하소연 못하고 괴로운 심정을 술 담배로 달래었다. 주위사람들이 G씨를 보고 우스갯소리로 아내 없이는 살아도 술 담배 없이는 못사는 양반이라고 할 정도였다.

 

과도한 술 담배 탓인지 아니면 격무로 인한 과로 탓인지 몰라도 G씨는 50 중반에 암 진단을 받아 투병생활을 하다 로펌을 사직했다. 사직 후 치료요양에 전념했으며 아내의 헌신적인 간병으로 암 판정 5년 후 완치 판정을 받았다. 기구한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오랜 기간 남편 간병으로 인한 힘들었던 삶 때문이었는지 남편 G씨 암 완치판단 1년 후 G씨 아내가 우울증에 걸려 오랜 세월동안 투병생활을 했다. 이젠 거꾸로 G씨가 이내의 간병인이 되어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 잘 아시다시피 우울증이란 약물치료와 마음의 치료를 병행해야 되는데 치료시기를 놓치면 많은 문제점을 초래한다. 이런 와중에 G씨 아내가 등기이사로 있는 처가회사의 부도사건에 휘말려 살고 있던 아파트와 다른 부동산도 은행에 압류가 되어 G씨 가족들은 전세로 이사해야 하는 어려움을 당했다. 친정회사 부도로 인한 G씨 가족의 매서운 삶의 한파는 G씨 아내의 우울증을 더 심화 시키더니 급기야는 심한 기억상실 증세를 보였다. 지금은 완전한 치매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G씨는 하루 24시간 꼼짝 못하고 아내 옆에서 간병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G씨는 부모에게 불효한 죄 값을 인생말년에 톡톡히 치른다는 생각을 하며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지긋이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뱉는다. 처가 득으로 G씨가 잘 살 때 부모형제들을 등한시했고 지금은 효도하고 싶어도 부모님들은 다 돌아가시고 형제들은 형인 G씨를 잊고 살고 있다. 이제 와서 거지된 신세로 나타나 형제들에게 화해와 용서를 빈다는 것이 염치와 면목이 없는 짓이라 생각하며 긴 한숨을 짓는다.

 

치매치료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건강칼럼”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치매치료의 경우 많은 부분이 명확한 치매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아 치료가 어렵다. 그래도 전체 환자의 약 20∼30% 정도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치매 증상의 조기 발견이 중요하며 가능한 각종 임상 검사를 통하여 치료가 가능한 치매 원인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 환자의 정신 증상이나 행동 장애를 치료하기 위하여 보조적으로 항 우울제 등 약물투여도 중요하지만 치매에 영향을 미치는 고혈압 등 기본적인 질환의 치료에 대한 약복용도 중요하다. 치매의 치료는 치매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치매초기에는 주로 인지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약물 및 인지치료 등에 중점을 둔다. 치매중기에는 오락치료 및 약물치료 등이 있다. 치매말기에는 신체적 유지를 위한 간호 관리에 집중하며 임종에 대비해야 한다.

 

G씨는 숨 막히게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인생살이에서 가난보다 더 무서운 것이 건강을 잃는 것이라는 것을 지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속담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동서고금을 통해 불멸의 진리이듯이 열심히 성실하게 살다보면 고난의 긴 터널도 언젠가 곧 끝난다는 것을 G씨의 칠십 중반의 독백에서 엿볼 수 있다. 우리가 살면서 건강을 해치는 일은 최대한 절제해야 하고 건강이 행복의 원천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영국소설가 “윌리엄 서머셋 몸”이 말한 “인간의 굴레”처럼 삶 자체가 고난의 연속인데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탓하리요. 고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지혜와 슬기를 빨리 터득하는 것만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험난한 고난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킨 사람은 삶의 폭발적 에너지를 얻어 성공의 가도를 힘차게 달릴 것이고, 인생길이 힘 든다고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세상을 원망하고 냉소하는 사람은 고난의 멍에를 결코 벗어나지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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