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해야 할 일, 국가를 위해 할 일

신옥주 | 기사입력 2020/06/01 [09:14]

국가가 해야 할 일, 국가를 위해 할 일

신옥주 | 입력 : 2020/06/01 [09:14]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대한민국이란 국가를 홍보하는데 지금처럼 신나서 소개할 수 있던 순간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졌다. 우리나라에 코로나 환자가 처음 나온 2월에는 다른 나라에서 입국을 거부하고 비행기를 돌려보내고 방역 실패사례로 뉴스에서 다루어졌다. 2월 중순 신천지와 연관된 31번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사망자가 보도되며 온 나라가 코로나 공포에 휩싸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침착하게 대처하는 방역당국의 활동과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불편하고 어려운 지침들을 수용하고 행동하는 대한민국 시민의 훌륭한 모습이 세계 곳곳에 알려지면서 대한민국을 본받자는 목소리가 나타나게 되었다.

 

지금이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시민이 해야 할 일을 잊지 않는다면 항상 주변국의 눈치만 보며 아슬아슬 줄타기하던 역사를 바꿀 수 있다. 얼마 전 이정명 작가의 ‘뿌리 깊은 나무’를 읽으며 과거와 다름없이 되풀이되는 부끄러운 역사에 눈물 흘렸었다. 훈민정음 반포 전 7일간 경복궁에서 벌어지는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며, 뛰어난 천재 집단이 목숨을 걸고 추진하는 비밀 프로젝트와 그것을 방해하려는 세력의 거대한 음모의 갈등이 주된 줄거리이다. 나는 내용보다 세종대왕을 대신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보여 준 작가의 문장을 소개하며 이 책의 모든 것을 얘기하고자 한다.

 

“예로부터 이 나라는 고유의 말과 풍속을 지녔으니 중국의 속국이 아니고 제후국은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고려 또한 왕이 아니라 황제라 칭하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새로 군왕이 등극했다 하여 중국에 사은사를 보냄은 어인 까닭인가? 스스로 나라를 칭하는 이 땅에서 군왕을 세우는데 어찌 명나라 황제의 허락이 필요한가? 군왕이란 그 나라의 하늘과 땅과 백성이 내는 것인데 어찌 대국이라 하여 그 천명을 좌지우지 할 것인가? 나라가 군왕과 신하와 백성의 힘으로 바로 서야 하거늘 어찌 대국의 힘에 기대어 서려 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선 군왕이 어찌 백성을 안위케 할 것이며 나라의 융성을 도모할 것인가? 중국이란 나라가 대국이라 하나 이 나라를 세우는 데 털끝 하나 관여한 바 없다. 해마다 수확철이면 공물과 공녀를 요구할 뿐이다. 그런데도 사은사를 보내야 함은 다만 대국이라는 위세 하나로 이웃나라를 윽박지르는 무도한 처사가 아닌가? 이를 어찌 대국이라 할 것이며 좋은 이웃이라 할 것인가?

 

그런데도 오래전의 부끄러운 관습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대대로 뿌리 깊은 사대와 모화의 헛된 관습 때문이다. 대국의 위세에 기대어 영달을 구하는 자, 대국의 경학으로 입신하려는 자, 어떻게든 중국 조정 관리의 막종으로라도 연줄을 대어 부귀를 얻으려는 자, 중국의 물건을 팔아 부를 축적하려는 자들이 한둘인가?

 

가련한 백성들은 애써 지은 수확물을 공물로 바치고 금쪽같은 딸자식을 공녀로 바치며 피가 끓었다. 이렇게 제 백성의 피를 빨고 뼈를 깎아 부귀영달을 꾀하는 자를 어찌 사대부라 할 수 있으랴? 이는 모두가 이 나라의 힘없음 때문이요 이 백성의 깨달음 없음 때문이다. 우리의 군력이 대국을 능히 대적하고 우리의 궁리가 대국을 앞지르며 우리의 격물이 대국을 넘어서면 더이상 대국은 대국이 아니요, 조선은 변방의 조공국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왕이여 명심하소서. 어설픈 흉내로 작은 중국이 되려 하지 말고 이 나라의 격물로 치지하시와 이 나라가 온전한 나라로 곧추서게 하소서..."

 

우리는 여전히 뉴스를 보면서 트럼프와 시진핑의 하루 행보를 알게 된다. 내가 내 나라의 대통령이 무얼 하는지도 모르는데 남의 나라 수장이 회동한 이야기에 침을 튀기며 토론한다. 김정은이 핵을 가지던 시진핑이 홍콩을 찍어 누르던 우리에게 영향이 없다면야 우리도 크게 신경쓰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것이 현실이다. 이런 역사를 물려주지 않으려고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력한 성군을 우리는 안다. 세종대왕은 이렇게 말한다.

 

"후세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염려하지 않는다. 지금의 백성들이 나의 뜻을 알아주지 않음 또한 서러워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할 일은 지금 나에게 맡겨진 백성들을 염려하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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