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모작 – 뇌졸중 아내를 지극정성 간병하는 훌륭한 H씨

허억 | 기사입력 2020/06/22 [14:27]

인생 2모작 – 뇌졸중 아내를 지극정성 간병하는 훌륭한 H씨

허억 | 입력 : 2020/06/22 [14:27]

▲ 허억 명예교수(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면역학교실)     ©

H씨의 이야기는 50세 중반 나이에 인생2모작을 시작한 특이한 경우로 눈여겨 볼만한 것인데 누구에게나 인생살이는 항상 순탄하지만은 아닌 것 같다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인 것 같다.

 

H씨는 중견기업의 촉망받는 회사원이었는데 아내가 하는 음식점이 잘 되어서 몇 년 일찍이 회사를 퇴사했다. 퇴사 후 아내 가게와 비슷한 가게를 하나 더 개업해 장사를 했는데 돈을 제법 벌었다. 가게사업이 번창하니 너무 바빠 돈은 벌지만 여유 있는 삶을 가지지 못해 힘이 들었다. 그래서 가게 하나를 남에게 넘기고 가게 하나를 확장 개업해 부부가 같이 한 가게에서 장사를 하였다. 혼자 하나씩 운영할 때보다 편하고 삶의 여유가 있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은 부부가 항상 같이 붙어 있으면 티격태격 싸운다는데 이 부부는 손발이 척척 맞아 항상 화목한 금실 좋은 부부였다. 이러한 금실 좋은 부부에게 세상은 왜 가만두지 않는지 원망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어느 날 갑자기 50 초반의 H씨 아내에게 찾아온 뇌졸중이었다.

 

뇌졸중에 대해 중앙대학교병원 건강칼럼에 실린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발생하는 뇌혈관 질환을 총칭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사람에 있어서 암 다음으로 흔한 사망원인이다. 갑자기 말이 어둔해지고 팔다리 마비, 심한 두통, 구토 등이 발생하면 뇌졸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은 발병 후 두 세 시간 내에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투여하여 치유될 수도 있으나 이 시기를 놓치면 매우 위험하다. 뇌출혈양이 많거나 뇌간에 출혈을 한 경우는 치명적이지만 일부 뇌출혈은 혈종을 제거함으로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뇌동맥의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다가 터져 지주막하출혈이라고 하는 뇌출혈을 일으키는 뇌동맥류는 일단 출혈하면 많은 환자가 사망하기 때문에 40세가 넘으면 5년에 한 번은 뇌혈관 촬영을 해보는 것이 좋다. 뇌동맥류로 진단되면 수술로 치료하거나 뇌동맥류 코일 삽입술 등의 시술로 완치될 수 있다. 대부분의 뇌졸중은 중년 이상에 발생하기 때문에 성인병이라 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늦어졌을 뿐 뇌혈관 질환은 20대부터 꾸준히 진행되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젊을 때부터 좋은 생활습관과 식습관 그리고 꾸준한 운동을 할 것을 권장한다.

 

뇌졸중 전 H씨 아내는 활달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건강 체질이었다. 시간이 나면 낮잠 대신 호숫가를 산책하거나 등산으로 건강관리를 해 날씬하고 탄탄한 몸매를 가져 주위 친구로부터 멋쟁이로 통했다. 건강검진 결과 모든 건강 체크 리스트에 정상이라는 결과를 받아 봤지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는 건강 그 자체였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다는 결과를 받아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평소 뇌졸중에 관심을 갖고 신경을 많이 썼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아주 간혹 두통이 있었지만 피곤해서 그렇겠지 하고 무시해 버렸다고 했다. 사실 그 두통 당시에 정밀검사를 받았더라면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었을 터인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뇌졸중이 발발하던 날 H씨 아내가 가게출근하려고 싸워하는 중에 심한 구역질과 어지러움을 남편에게 호소했었다. 남편 H씨가 보기에도 아내 상태가 심상치 않아 급히 119에 전화해 급히 가까운 모 대학병원에 급히 내원했다. 아내의 검사와 수술준비까지는 1시간 30분정도 빠른 시간 내에 진행되었다. 이런 빠른 수술진행으로 아내를 하늘나라로 보내지 않고 지금 옆에 두게 되었다. 만약에 그 당시 아내가 혼자 집에 있었거나 혼자 출근운전 중이였다면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고 불행 중 다행이었다. 수술 전까지 말 잘 하던 아내가 수술 후 말 못하는 반신마비가 되어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지만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퇴원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말은 어둔하지만 일상대화는 가능하고 반신마비도 많이 호전되었다. 이런 호전과정에는 규칙적인 정기검사와 재활치료 그리고 남편의 지극정성 간병과 현대판 러브스토리가 있다. 예를 든다면 가게 퇴근 후 아내에게 가게 일을 얘기할 때 스트레스를 아내에게 주지 않기 위해 가게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은 절대 말하지 않고 좋은 일만 이야기하는 속 깊은 남편 H씨는 지금도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 가게 쉬는 날이거나 아들이 대신 가게를 보는 날에는 집 부근에 있는 호숫가와 산을 같이 산책하고 등산을 꼭 간다고 한다. H씨는 가게 퇴근 후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싫은 내색 한 번도 보이지 않고 항상 아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같이 글자연습을 한다고 한다. H씨는 아내의 병을 대신할 수 없어 아내에게 늘 미안해하고 아내의 마음 아픔이라도 항상 같이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네 인생살이 굽이굽이에서 인생2막을 생각하면 문득문득 “전설적인 영국 하드록 그룹 딥 퍼플이 74년에 발표한 용병(Soldier Of Fortune)의 가사” 한 구절이 떠오른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돈을 벌어야하는 용병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슬픈 예감.” 허공에 메아리치는 이 한마디의 절규가 H씨를 비롯한 우리네 가슴 한 구석에 인생2막의 애절한 애환이 있음을. 스티븐 스필버그가 말한 “사랑을 베푸는 능력은 항상 삶의 주요 요소가 되어야 한다.”라는 구절이 H씨에게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진정한 사랑으로 아내를 도닥거리고 감싸며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날이 H씨 부부에게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H씨 부부가 주는 메시지는 첫째 인생에서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으니 우리 모두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하며 현재 건강함에 감사하며 건강을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병에 걸린 후 건강을 찾기 위한 노력과 비용의 몇 백분의 일정도만 건강할 때 건강을 위해 투자하고 노력하면 항상 건강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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