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

박상옥 | 기사입력 2020/06/23 [08:49]

로드킬

박상옥 | 입력 : 2020/06/23 [08:49]

 

로드킬

 

                     유정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공중으로 흩어지는 비명

흔적은 무언으로 퍼지고

누구의 잘못인지

모두가 암묵의 죄인인 걸

 

오늘도 도로 곳곳

풍장이 엄숙하다

 

*유정애: 월간 「문학공간」 등단. 한국문협 충주문협 회원

 

▲ 박상옥 시인     ©

어린 시절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고 사라지는 신작로엔 따스함에 불려나온 뱀들이 자주 로드킬 되었으니, 시골길에서는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요즘은 고라니, 토끼, 노루, 개구리, 개, 고양이 뱀 등 로드킬 되는 동물들이 참으로 다양합니다. 어쩌면 길이 많아지고 차가 많아지고 동물들이 늘어난 때문입니다. 시골길만이 아니라 도시의 길거리에서 허드레로 죽어간 생명들, 문명의 발달은 “오늘도 도로 곳곳 풍장이 엄숙”한 풍경을 만듭니다. 그러므로 너나없이 인간 “모두가 암묵의 죄인”입니다. “공중으로 흩어지는 비명 / 흔적은 무언으로 퍼지고 / 누구의 잘못인지” 아무도 가리지 않는 죽음 위로 차들이 계속하여 달립니다. 죽음이 얇아질 대로 얇아져 새처럼 날아 흩어지니, 인간이 만든 도시환경에 대하여, 주인에 대하여, 우리는 성찰의 의무를 가집니다.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시는 시인으로부터 태어나 혼자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지닙니다. 오래도록 살아남을 시가 되던, 태어나 주인을 떠나서 바로 사장 되던, 작가의 품을 떠난 시는 이제 작가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롯이 독자의 잣대로 평가되는 숙명을 지닙니다. 시를 대하는 사람들마다 작가가 나서서 시를 설명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사족이며 잘못된 덧칠이니, 저는 오늘도 시가 말하는 새로운 풍경을 덥석 받아서 내 맘대로 시를 읽습니다.

 

21세기 코로나 길 위에서 /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습니다. 공중으로 흩어지는 코로나 비말은 / 흔적도 없이 치명적이라 / 누구의 잘못인지, 누구의 탓인지 서로 묻지 않습니다 / 로드킬이 조문객도 없이 치러지는 / 코로나로 환자들 죽음을 닮았습니다.

 

로드킬을 소재로 시를 지은 시인의 감성이 오롯이 생명존중을 가리키고 있으니, 아름다이 깨어있는 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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