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황기를 통해 배우는 인생공부

신옥주 | 기사입력 2020/08/18 [09:23]

해황기를 통해 배우는 인생공부

신옥주 | 입력 : 2020/08/18 [09:23]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머나먼 미래, 자세한 설명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고도의 과학 문명이 쇠퇴하고 인류의 문명이 다시 중세 시대 수준으로 돌아간 세계에서 주인공 판 감마 비젠과 그가 이끄는 바다의 일족이 펼치는 활약을 그린 ‘해황기’는 십여 년에 걸쳐 천천히 출간된 45권의 만화책이다. 나는 완결된 후에 이 책을 접해서 크게 힘들지 않았지만 이 책을 기다리며 읽던 독자들은 도중에 떠났다고 할 정도의 속도로 연재되어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팬텀이라고 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소개받는 책이다.

 

작가는 해양학교 출신으로 선원으로도 일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배와 해양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지루하지 않게 설명되어 이해가 빨랐다. 우리나라에 백경으로 알려진 고전소설 ‘모비딕’과 비슷한 시기에 읽었는데 모비딕에 나오는 포경선에 대한 내용은 마치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느낌으로 읽었는데, 해황기에 나오는 선박과 풍향과 풍랑의 관계는 이미지와 함께 접해서 너무 편하게 읽었다. 내가 읽은 책 중에서 해전을 묘사했던 책은 이 책이 처음인 것 같지만, 그래도 재미나게 읽었다.

 

그러나 이 작가의 전작들을 읽었던 독자들은 똑같은 스토리 전개와 똑같은 주인공의 성격묘사 때문에 질린다고 한다. 이 작가는 남자 주인공을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인물로 묘사한다. 책마다 시대적 배경만 다를 뿐 주인공은 당대 최강의 격투 능력으로 현란한 무술 실력을 뽐내면서 동시에 알 수 없는 속을 가진 능구렁이 같은 성격이지만 여러 사람의 사랑과 흠모를 받는다. 그리고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들은 대부분 극악의 민폐 캐릭터들이라 짜증이 난다. 한창 전쟁이 벌어지는 장면에서 나오지 말라고 하면 허구한 날 나타나서 붙잡혀 인질이 되기도 하고 혹은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구하기 위해 죽거나 부상을 당한다. 공포 영화를 보면 혼자 가지 말라고 하면 꼭 혼자 가서 먼저 죽거나 하는 일이 공식처럼 나타나듯이 이 책의 여자 등장인물들은 끝까지 변함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한다. 내가 여자라서, 아니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이런 등장인물을 보면 화가 나 참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각설하고 이 책을 통해 배운 점을 열거하자면 첫 번째,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주인공은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탁월하다. 모든 것을 혼자 다하고 혼자 책임지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본인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주변 인물들에게도 책임과 의무를 적절히 나누어 책임지게 한다. 너무 많은 할당량을 주거나 분에 넘치게 하지 않으며, 너무 적은 일을 분배해 게으름을 피우게 하지도 않는다. 야단치고 윽박지르고 강제적인 방법이 아니라 잘하는 분야를 더 열심히 연습하게 독려하여 스스로 그 일을 맡게 만든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며 보여준다.

 

두 번째,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 주인공은 스스로 원하는 것이 있어도 일단 물러서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고 그 대가를 챙기는 방법을 보여준다. 내 것을 조금 늦게 갖는 것이지 포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환갑 정도면 너무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거나 노인 소리를 들었지만, 백세시대가 되고 보니 조금 천천히 가는 것도 매우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깨닫게 되었다. 전쟁도 제나라 땅에서 치르지 않고 쳐들어오려는 나라까지 가느라고 엄청난 고난이 있는데도 길을 뚫고 가서 전쟁을 한다. 제나라 백성의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보여주며 전쟁을 한다. 이런 점은 호시탐탐 우리나라를 빼앗으려는 강대국들 사이에 있는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항상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본다. 지난 시대의 방법을 답습하는 것으로는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기 힘들다. 주어진 문제에서 답을 찾는 객관식이 아니라 나름대로 생각하여 서술하고 스스로 의견을 내고 수정하는 주관식 문제를 푸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남들과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른 생각을 해야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일평생 위험이 없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생이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게 닥치는 위험을 미리 계산하여 좀 더 적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큰 위험을 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장르는 만화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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