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책, 70세 사망법안 가결

신옥주 | 기사입력 2020/09/21 [15:25]

충격적인 책, 70세 사망법안 가결

신옥주 | 입력 : 2020/09/21 [15:25]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자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예외는 왕족뿐이다. 더불어 정부는 안락사 방법을 몇 종류 준비할 방침이다. 대상자가 그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한다’

 

어느 날 신문에 ‘70세 사망법안’이 2년 후 실시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고 온 국민과 언론들의 의견이 들끓기 시작한다. 유명한 정치가부터 연예인과 젊은 청년들 너나없이 이 법안을 얘기한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상황을 살펴보면, 70세가 되려면 15년 남은 55세 전업주부인 여주인공 도요코는 정신은 멀쩡하지만 거동불능인 시어머니의 병수발을 13년째 홀로 하고 있다. 아들은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내노라하는 은행에 취직했지만 인간관계가 힘들다며 퇴직을 하고 3년이 지나도록 방에서 나오지 않는 은둔 생활을 한다. 딸은 할머니 병수발을 도와 달라는 엄마의 말에 독립을 결심하고 혼자 나가서 산다. 남편은 70세 사망법안 시행이 이루어진다는 발표에 남은 인생을 즐겨야 하겠다면서 조기 퇴직하고 친구와 세계여행을 떠난다. 자신의 병수발을 하는 며느리를 들볶는 시어머니는 자신의 딸들인 두 시누이가 유산만 바라는 것을 알고 속상해한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을 한 집에 쏟아 부은 듯한 가정을 보여주는데 도요코가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가출하면서 결말을 향해 간다.

 

처음 제목부터 충격이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며칠 이내에 죽어야만 한다는 법안이 통과한다면 나는 찬성할까 반대할까 고민하기도 전에, 첫 장면에서 나와 나이가 같고 사는 분위기도 비슷한 주인공이 나와서 한시간 만에 책을 다 읽었다. 코로나 때문에 의료보험비가 오르고 건강염려증이 늘어나는 지금, 우리가 늙으면 청년 한 사람이 노인 두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뉴스를 보고 아이들을 걱정하던 것보다 더 가슴을 쿵하고 때렸다. 도요코는 대퇴골 골절로 자리보전하는 시어머니의 수발을 들며 자신에게 할애할 수 있는 자유시간은 겨우 장을 보러 나갈 때나 시어머니가 요구하는 것을 사러 나갔을 때 정도밖에 없다는 것을 점점 숨막히게 느끼던 중이다. 시도 때도 없이 벨을 울려대며 목청껏 도요코를 찾는 시어머니 덕에 만성피로에 수면부족으로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도요코는 그 누구보다 70세 사망법안이 반갑게 다가온다.

 

이 소설의 배경은 일본이지만 우리나라도 묵과할 수 없는 상황들이 그려진다. 우선 매일 저출산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 아이를 출산하면 출산장려금을 주거나 경제적 원조가 이루어지도록 세제 혜택도 하지만, 현실은 고령화가 저출산보다 빨리 나타나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걱정될 정도로 연금재정 파탄 보도도 함께 나온다. 또 다른 하나는 노인간병 부담이 점점 늘어만 가는데 아직도 주부에게만 의존하는 비율이 많거나 요양원을 찾을 때도 믿고 맏길 수 있는 곳은 터무니없이 비싸 서민들에게는 대단한 부담인데 여전히 적당한 요양원은 부족하다. 소설에서는 도요코가 가출하자 아들이 어쩔 수 없이 방 밖으로 나와 생활하며 할머니를 돌보고, 남편은 여행에서 돌아온다. 며느리가 있을 때는 꼼짝도 안하던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움직일 수 있도록 집 안을 리모델링하고,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진작 서로서로 도우면 될 것을 한 사람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다니 오히려 이 부분에서 화가 났다.

 

‘70세 사망법안’이 시행되어도 사회적으로 공헌을 하는 사람은 죽지 않아도 된다는 이면법안이 있다는 소문이 돌자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자진해서 연금을 반납하고 재산을 기부하고, 교육이나 자원봉사를 찾아 사회공헌을 하기 시작한다. 정부는 사실 이런 극단적 법안을 진짜 시행하려던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현실을 보여주고 경각심을 깨워주기 위해 벌인 쇼라고 발표한다. 소설이니 가능하다라고 가볍게 볼 주제는 아니었다. 이번에 코로나 긴급재난 지원금을 받으면서 우리나라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다.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자는 의견과 선별해서 지원하자는 두 의견이 있었지만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이 채택되었었다. 이 시기에 이런 책을 읽으면서 우리 스스로 해야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에서 눈을 돌리고 있지 않은지 반성하게 된다. 답을 누가 주기 바라는 것보다 우리가 스스로 더 좋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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