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질서는 사회의 등불이다

이규홍 | 기사입력 2007/02/08 [00:00]

전통질서는 사회의 등불이다

이규홍 | 입력 : 2007/02/08 [00:00]
▲ 이규홍 대표이사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는 서로간에 지켜야할 도리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나만이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회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회적 규범과 이를 지키려는 질서다. 사회적 규범은 국가적 통치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명문화한 법과 오랜역사를 내려오면서 논쟁을 통해 지켜야 할 도리를 형성하여 만들어진 규범과 관습이다.

규범과 관습은 국가적 배경이나 삶의 형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는 꼬집어 말할 수 없어도 각기 독특한 형태의 전통으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선진 사회가 질서를 잘 지키고 사회적 규범이 명확한 것은 그들 나름대로의 전통의 바탕으로한  사회적 규범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물결이 급속히 번지고 있는 요즈음 세계화에 동참하고 한데 어울어지는 하나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로인해 그 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과 독특한 사회적 규범이 파괴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역사의 흐름속에 그 나라만이 간직할 수 있는 전통과 관습, 도덕 등은 그 사회가 가장 슬기롭게 인간 관계와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고 보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의 흐름은 그 나라만이 가진 전통의 바탕위에 조화롭게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역사와 전통 그리고 우리의 가치관 확립이 얼마나 중요한가하는 것은 중국의 동북공정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어려운 삶의 형태로부터 벗어나고자 경제로 올인한 것이 역사와 전통을 등한시하게 되었고 그 틈을 이용해 중국은 우리의 역사와 혼을 송두리채 빼앗아 버리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광활한 영토와 대국을 경영한 웅대한 힘을 가진 이 나라의 역사가 대륙 귀퉁이에 붙어 작은 소국으로 근근히 명맥을 유지한 초라한 민족으로 전락되어 가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선진국의 형체는 경제와 정신문화가 같이 성장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무분별하게 주차돼 있는 무질서한 차량들과 줄서기를 거부하고 새치기하는 것이 능력인양 자랑하는 사회, 조금을 기다리지 못하고 남보다 빨리 가려고 순서없이 끼어드는 차량,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풍토 등 이 모든것이 禮失則昏(예실측혼: 예를 잃으면 본연의 자세를 잃고 혼란에 빠진다는 뜻) 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며 산다는 것이 모든 것을 내마음 내뜻대로 다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공동체 삶 속에서 서로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상식이 통하는 선에서 나에게 부여된 권리를 누리는 것이 공동체 속의 자유인것이다.

사람의 삶 속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만남이 있다. 그러한 만남들은 자신과의 다른 견해와 사고방식을 가진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그들 생각에나름대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들은 때로는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는 인격과 인내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인격을 쌓는 일에는 우리 선조들이 이룩해놓은 전통만한 것이 없다. 16세기 농업의 생산력 증대와 상업의 발달 등 경제적 조건의 변화로 향촌 사회가 동요하게 되자 퇴계선생이나 율곡 선생 등에 의해 중국의 여씨향약을 본따서 조선의 실정에 맞는 자치규약인 향약을 마련하였는데 그것은 德業相勸(덕업상권), 過失相規(과실상규), 禮俗相交(예속상교) 患難相恤(환난상휼) 이다. 

'德業相勸'이라함은 덕을 쌓고 선행을 하며 윗사람을 잘 섬기고 아랫 사람을 잘 다독여 포용하고 벗들과 친교하며 규범을 잘 지키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서로 권하여 선을 승상하고 악을 줄이고자 함에 있는 것이다. 이를 실행함에 있어 선을 행한 사람은 집회일에 추천하여 기록을 남기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경계가 되도록 하였다.

'過失相規'는 잘못된일 등을 서로 제재하고 고쳐나가도록 한것이다.

'禮俗相交'는 좋은 예절과 풍속은 서로 교환하여 더 낳은 예의와 풍속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의 예절, 부부간의 예절, 친구간의 예절, 만남의 예절, 남녀간의 예절, 애경사의 예절 등 일상생활의 행동이 서로간에 지켜야할 예절로 어긋남이 없도록하여 밝고 맑은 사회를 만들고자 함에 있다. 마지막으로 '患難相恤'은 어려움을 당한 이웃을 서로 힘을 합쳐 도와 주어야 한다는 취지다.

아무리 경제 사정이 좋아진 현시대라 할지라도 어려운 이웃은 있게 마련이다.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은 이웃의 작은 정성이라도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되는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온정이 적극 권장돼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러한 향약은 사회를 악으로부터 멀리 하고 좀 더 밝고 명랑한 사회롤 이끌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것들을 무시하지 않고 전통을 잘 발전시켜 계승하였더라면 우리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을 것이다. 우리는 좋은 전통과 화합 할 수 있는 정신적 토양을 갖추었으면서도 이를 활용하고 발전시키지 못한 안타까움이 앞선다.

丁亥년 새해에는 경제문제를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두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의 올바른 사회적 규범이 정착하여 정신이 살아있는 사회, 국가의 전통과 가치관이 정립된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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