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계절

남상희 | 기사입력 2020/10/05 [09:03]

익어가는 계절

남상희 | 입력 : 2020/10/05 [09:03]

▲ 남상희 시인     ©

산자락이 눈앞에 바싹 다가와 앉는다. 청명한 하늘도 코앞으로 다가온다. 쾌청한 가을이다. 가끔이긴 하지만 더러 라도 밤하늘을 본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어쩌다 한번 하늘을 올려다봐도 그날이 그날처럼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요즘 들어 부쩍 저녁 하늘을 올려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아무래도 여유가 내안에 조금씩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참 좋은 징조다. 세상 살아가는 일이 모두 힘들고 또 바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이치인데 알면서도 억지로라도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 앞에 보상이라도 받을 양 근래에 들어와서 밤하늘을 자주 바라다보면서 또 다른 상념에 빠질 때가 있다. 조금씩 기울어지다가 다시 차오르는 달의 모습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세월의 흐름도 보게 된다. 봄바람이 따스하게 느껴질 때 밤하늘의 달님도 따스한 모습으로 보일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말이다. 여름 내내 지루하리 만큼 쏟아졌던 비로 인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비개인 밤하늘의 모습을 오랜만에 보니 참 반갑고 또 고맙다.

 

그새 익어가는 계절이 돌아와서 일까 맑고 푸른 깊어진 가을 하늘을 보면 저절로 내 마음도 성숙해 진다. 성숙해 지는 마음에 가을하늘처럼 속도 깊었으면 좋겠다. 깊어가는 가을날 밤하늘의 달님은 세상 살아가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온종일 가을 속으로 펼쳐진 자연을 접하고 나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하는 시간에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날에는 하루의 삶 이야기가 아름답게 피어나기도 한다. 내일 다시 올려다 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오늘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고마운 마음도 갖게 한다. 고단했었던 많은 날들을 기쁨으로 승화시켜주는 낮과 밤의 차이를 그동안 몰랐던 것은 정신없이 살아온 세월이 아니었나 싶다.

 

가을바람에 한들한들 코스모스 꽃들이 춤을 춘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결이 살갗에 닿으면 가을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가을바람은 연인처럼 마음을 설레게도 하니 이 가을 사랑하기 참 좋은 때가 아닌가 싶다. 바람을 마시면 상큼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매일이 이런 날 이였으면 하는 바람도 인다. 한낮에 가을 태양아래서 가을걷이를 하다보면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가 된다. 흘러내리는 땀줄기를 보면서 노력한 대가를 셈하다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유난히 비바람이 지루하게 내렸던 올해는 지난해 수확했었던 것보다 반도 안 되지만, 그런 역경 속에서도 열매를 맺기 위해 나름 애썼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뭉클하기도 하다. 묵묵하게 기다린 보람도 있다. 지루함도 모른 체 살아온 것에 대해서 가끔은 자신에게 말한다. 참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 대견스럽다고 칭찬도 해본다. 황금보다 더 좋다는 지금을 이미 알고 있기에. 서로서로 위로하면서 잘 이겨내고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 얻는 교훈도 참 많다. 자연의 풍요로움 속에 깊어가는 가을날에 우린 또 다가올 내일을 기억하며 오늘도 덜 익은 열매들을 지켜보며 기다림과 배려 심을 배워가고 있다. 카톡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 생활화 되었듯이 오늘도 내일도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간절히 바라면 그 소원이 꼭 이루어진다는 이치를 받아 드려야 한다. 어제 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기에 그런 기대감에 또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 추석연휴에 길거리에 걸려 있는 현수막 중에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문구를 본다. 이색적인 풍경이긴 하지만 올 한가위는 소박하게 조촐하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하기에 안타까움이 많았다. 그래도 세월이 약이라고 열심히 각자의 삶에 충실하다 보면 아쉬움은 남아도 더 나은 새로운 희망으로 내일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곧 괜찮은 세상이 우리에게 다시 올 테니. 익어가는 계절에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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