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김영희 | 기사입력 2020/11/17 [09:03]

김장

김영희 | 입력 : 2020/11/17 [09:03]

▲ 김영희 시인     ©

정부가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2020년 11월 22일 제1회 김치의 날(법정기념일)을 제정할 예정이라는 뉴스를 들으며 집을 나섰다.

 

가로수 밑을 걷다가 낙엽 지는 소리에 발을 멈추어본다. 센 바람이 한 번 지나가면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쌓인다. 더 이상 비울 것이 없는 나무는 하늘을 우러러 기도를 한다. 결국 다 떠나 보내고 남는 것은, 열매도 아니고 고운 이파리도 아닌 본연의 빈 모습이다. 하늘을 담아낸 그릇을 비우면, 새로운 하늘을 담을 그릇이 된다. 그렇게 겨울을 맞이하면 더 큰 그릇이 되기 위해 견디는 힘을 기른다. 나는 나무와 손을 잡듯 걸어본다.

 

문자가 날아든다. ‘4시 반쯤 구름 카페로 올래. 김장김치에 수육 삶는 중이야’.

 

내가 이름 지은<걸으리>회원 친구가 보낸 문자다. 모처럼 시간이 여유로워 발길이 구름카페로 향했다. 해는 서쪽으로 걸어가고, 지구는 동쪽으로 걸어가는데, 나는 남쪽으로 걷는 것이다. 하늘을 받친 듯 높은 아파트 정원 사이에는, 늑장 부리는 빨간 단풍잎이 바람하고 숨바꼭질 하고 있다.

 

주택가를 지나고 시장 앞을 지나고 구름카페까지 걷는 동안, 김장배추가 자주 눈에 띈다. 주인이 손님 같은 구름카페에 다다르자, 수육 삶는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담 역할을 하는 정원수는 잎이 다 지고 없다. 안에 들어서자 김장김치 냄새가 훅 풍기어서 잃어버린 향기를 찾은 느낌이 든다. 친구는 나를 보자 ‘어서 와!’하고는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화덕에 올려놓은 냄비에서는 김을 내뿜는 수육이 하물하물하다. 일찍 도착한 친구가 상차림을 돕는 게 보인다. 이래저래 모인 사람은 다섯이다. 친구는 수육을 먹기 좋게 썰어 담고, 갓 담근 김장김치를 밑동만 잘라 상에 놓는다. 김치냄새는 진동하는데 배추는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김장을 한 장연 친구가 김치를 한 통 가져온 것이다. 5남매를 둔 친구의 김장김치는 굴이 들어 있는데다, 농사지은 양념으로 해서인지 정말맛이 달랐다. 우리는 하나 둘 식탁에 둘러앉았다. 가을 냄새를 담은 이야기를, 수육과 김치에 싸서 먹으며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렇게 김장을 각자의 추억으로 버무리며 말로 하는 김장을 맛있게 마무리했다.

 

예전에는 시골에서 김장하는 날이면 푸짐한 수육을 곁들여 이웃과 나누었다. 그런 날 먹는 김치는 비할 수 없는 맛이었다. 지인 중에는 형제들끼리 모여서 김장을 하는 집이 더러 있다.

 

우리 부모님은 평생 무 자극 양념에 채식주의여서 늘 흰 김장김치였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빨간 김치는 다 자란 후 먹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나는 아직 김장을 해본 적이 없다. 그렇게 살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게 가능했다. 지금이라도 김장을 조금 해보려는데, 딸이 하는 말이 ‘엄마, 그냥 살던 대로 사세요. 우리는 알아서 해먹을게요.’한다. 김장을 안하고 사니 편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아쉽기도 하다.

 

김장은 겨울 3~4개월간 먹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김치냉장고가 있어 계절마다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얼얼한 고추와 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가 생각난다.

 

김장철이 되면 매년 11월 초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김장문화제가 열렸다. 우리나라 김장이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기념으로 2014년부터 열리고 있다.

 

김치명인들과 함께하는 서울김장문화제는 김장 나눔과 외국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체험하는 축제다. 우리나라의 김장문화가 점점 세계로 알려지고 있다.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건강한 김치가 세계인들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어 더욱 사랑 받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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