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성장소설 빨간기와, 까만기와

신옥주 | 기사입력 2020/12/08 [08:49]

중국의 성장소설 빨간기와, 까만기와

신옥주 | 입력 : 2020/12/08 [08:49]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우연히 TV에서 학교에 가는 길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광활한 땅에 사는 것이 마냥 축복은 아니어서 오지에 사는 아이들이 서너 시간을 걸어 학교에 도착하고 공부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리포터가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러 오는 이유를 묻자, 한 아이는 현재의 생활에서 벗어나는 길은 공부밖에 없다고 말한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학구열에 불탄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 실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라는 통계를 보았지만 공부가 미래로 향한 열린 길이라는 것에 요즘 회의를 느끼던 중이었기 때문에 그 아이의 또렷한 눈매와 결의가 가슴아프도록 심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중국의 학교를 다룬 여러 책을 보다가 차오원쉬엔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가 쓴 연작에서 ‘초가지붕’은 초등학교를 ‘빨간 기와’는 중학교를 ‘까만 기와’는 고등학교 시절을 보여준다. ‘초가지붕’은 책을 구할 수 없어서 읽지 못해 좀 아쉬웠다.

 

‘빨간 기와’는 현대의 중국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문화대혁명 시절에 사춘기를 보낸 중학생이 주인공들로, 중국의 전국 국어교사 모임에서 최고의 성장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아름다운 성장소설이라고 하지만 내게는 그런 느낌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비슷함을 느꼈다. 우리나라도 그 시대에는 못먹고 헐벗은 학우들이 있었고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 주린 배를 물로 채우던 친구도 있었다. 세상이 다 거기서 거기라지만 요즘은 십 년이 아니라 삼 년만 지나도 강산이 변하는데 국가도 문화도 다른 나라이지만, 그들도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이성을 보고 두근거리고 인간들이 셋만 모이면 나타난다는 권력 다툼을 보여주며 그들과 우리의 같음과 다름을 여실히 보여준다.

 

주인공이 화자이며 작가 본인을 투영하는데, 국어 선생님에게 작문 수업을 받은 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는 장면을 읽고 감동받았다. 학교는 똑같은 일들이 날마다 되풀이되는 생활이다. 수업 종이 울리면 수업을 받고, 쉬는 시간이 되면 끼리끼리 모여서 놀고, 또다시 수업이 시작되고, 가끔 특별한 행사가 있으면 그 행사의 준비 기간까지 포함한 나날들이 축제가 되는 그런 생활이다. 당시를 회상하면 매일매일 같은 얼굴을 만나고 도시락을 먹고 집에 가는 평범한 생활인데도, 매일 할 말은 어찌나 많았는지 만나면 대화가 끊이지 않았고 똑같은 일상이었는데도 항상 즐거웠다. 그 마음을 작가가 멋지게 표현한다. “똑같은 날이 반복되었지만 우리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고정된 테두리 속에서 일어나는 수 많은 일들이 매번 새롭게, 모두 다른 빛깔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일상에서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빨간 기와를 떠날 때가 다가오면서 학우들의 미래가 불확실하게 되며, 진학을 하는 길과 남아서 가업을 잇거나 하는 선택의 길에 들어선다. 책 후반부를 읽으면서 작가가 청소년의 심리 묘사를 너무 섬세하게 그려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인물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절망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코로나이후 점점 더 각박해지고 메말라가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래라 저래라 함부로 조언을 하기도 애매한 우리의 청소년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빨간 기와’는 문화대혁명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좌충우돌하는 중학생들의 사춘기를 그린 작품이라면 ‘까만 기와’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특히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지 못하여 힘들어하는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지금의 삶에 불안함을 느끼는 청소년들에게 미래가 항상 불안만을 내포하는 것이 아니며, 탄탄대로로 보이는 길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그 나락의 끝에 절망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을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두 작품을 모두 읽어야 한 편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이 책은 주인공이 장년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는 즐거움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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