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찾아서

신옥주 | 기사입력 2021/01/12 [08:34]

일상을 찾아서

신옥주 | 입력 : 2021/01/12 [08:34]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재작년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을 못 할 만큼 작년에 불어온 코로나 광풍은 우리 모두를 일상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어떤 이들은 자의로 어떤 이들은 타의로 일상에서 멀어졌으며, 언제 다시 돌아가게 될지도 미지수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고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출근하면 하루 12시간을 근무하는 일상이었다. 주중과 주말이 따로 구별이 없을 정도로 일 년 365일 중 쉬는 날은 채 스무날이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보다 일하는 시간이 많지만 힘들다고 느끼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일중독인 사람이다.

 

충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코로나 확진자가 적어 덜하다고 하지만, 안전안내문자만 오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아 헬스장을 멀리하고 홈트레이닝으로 집에서 운동을 한다. 확진자 경로가 안내될 때까지 조마조마하면서 문자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안전염려증이란 말을 싫어했는데 내가 그런 지경이 되었다. 확진자가 있을 때마다 오늘은 집에서 쉬고 다음에 보낸다는 학부모의 문자가 도착한다. 하루이틀 결석한 학생은 보강을 하고 많이 쉬는 학생은 따로 시간표를 짜서 수업하고 그만두는 학생이 있으면 책을 정리하는게 반복이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 점수가 떨어져서 그만두는 것도 아닌 이상한 모양새라서 누군가를 원망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일상이 이렇게 변하다니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으려나. 하루를 끝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오늘 수고했어요’란 인사를 나누지 못한지 일 년이 되었다.

 

그렇지만 코로나의 어두운 면만 보니 우울감이 더 짙어질 것 같아 밝은 면도 애써 찾으며 위로해본다. 무엇을 하든 마스크 벗기 절대 불가는 맞지만 불필요한 말은 많이 줄었다. 전에는 불평불만을 하던 내 입에서 부정적인 단어를 뱉는 일은 반 이상 줄어 이런 점은 계속 지켜야겠다. 전시회를 갔더니 줄 서서 앞사람과의 간격을 생각하며 감상하라는 안내가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하면서 자유롭고 천천히 좀 더 편하게 감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남의 집 귀한 애들에게 야단을 칠 수도 없었는데 이미 재미없다고 느끼는 장소에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 웃음소리는 만병치료약이라 하지만 그것도 때에 따라서는 소음이 되기도 하는데, 요즘은 아이들 웃음소리가 아름다운 노래로 들린다. 그립기 때문이겠지.

 

멀리 떨어진 자식들과 영상통화하는 것도 변화된 풍경이다. 남편과 나는 둘 다 오글거리는 표현을 불편해하고 살가운 말을 아끼던 성격인데 애들을 볼 수 없는 날이 길어지니 저절로 보고싶다는둥 사랑한다는둥 오글거리는 말들을 쏟아낸다. 영상통화하는 것도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밥을 어떻게 먹고 지내는지 물어보지 않고 이젠 영상통화하면서 너는 밥한숟갈 나도 국한숟갈 이러면서 먹기도 한다. 손주손녀와도 곧잘 그렇게 지내다 보니 애들에게 이것저것 새로운 기능을 배운다.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보던 아이들을 영상으로 수시로 보면서 거리는 멀어도 실제 보는 시간은 전보다 많이 늘었다. 집에서도 개인접시를 사용하는 것도 새로운 풍경이다. 한국인은 찌개에 여러 사람 수저가 오고가는 것을 정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을 불편해하는 나를, 코로나 이전에는 유별나고 까탈스러운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누구나 그러니 엄청 편해졌다. 큰애에게 갈 일이 있어 부산을 가는데 고속도로가 진정 고속으로 달리는 도로였구나 하고 놀랐다. 부산에 도착해서도 막히는 곳이 없고, 차들도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달려도 속도가 늦어지지 않았다. 볼 일을 다 보고 해변을 거니는데 사람들은 적당히 거리를 두고 붐비지도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힘든 지금 빨리 상황이 종식되어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자유롭게 일상을 누리면서 직장도 다니고, 영화도 보고, 가고 싶은 곳도 다니며 먹고 싶은 음식도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 나눌 수 있는 그런 평범함을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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