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 미루던 숙제를 끝냈다

신옥주 | 기사입력 2021/10/18 [09:48]

미루고 미루던 숙제를 끝냈다

신옥주 | 입력 : 2021/10/18 [09:48]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 동네 선배의 권유로 아가사 크리스티를 알게 되었다. 처음 작가를 알게 되고 벌써 삼십여 년이 흘렀는데 이제야 작가의 모든 책을 읽었다. 생각보다 많은 작품을 발표한 아가사 크리스티는 일년에 한두권씩 발표하여 80권을 집필했다. 유명한 작품들은 영화로도 제작되고 드라마도 제작되어 읽지도 않았는데 마치 읽은 것 같은 느낌의 책도 있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마음먹고 영국에서 발표된 출판연도순으로 차근차근 시작해서 올해 9월에 책을 끝내고 독후감도 다 썼다.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미적지근한 마무리는 못 견디는데, 솔직히 다 읽고 난 느낌은 속이 다 후련했다. 작가에 대해 많은 생각이 스쳐갔으나 몇 가지만 평을 하고 싶어졌다.

 

첫째, 역시 아가사 크리스티는 추리소설의 여왕이었다. 영국에서 기사의 작위와 비슷한 여성이 받는 작위 데임을 받았다고 하는데, 살아있던 당시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엄청난 판매량을 보이는 작가이며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는 작가이다. 책을 보고 영화를 섭렵하고 있는 와중에 애니메이션까지 알게 되어 아마 겨울까지는 내내 작가의 작품속에서 돌아다닐 것 같다.

 

둘째, 그녀가 탄생시킨 매력적인 명탐정을 보라. 벨기에인 에르큘 포와로와 영국 토박이 미스 제인 마플여사와 티키타카를 보여주는 부부탐정 토미와 터펜스에 이르기까지 흥미진진하지 않은 캐릭터가 한 명도 없다. 항상 프랑스인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작은 키에 대머리의 벨기에인 포와로는 자신의 콧수염에 대단한 긍지를 지니며, 언제나 모든 것이 질서정연한 것을 좋아하는 결벽증 탐정이다. 포와로가 등장하는 첫 작품 '스타일즈 저택의 살인사건'은 영국 출판사들에 의해 다섯 차례나 퇴짜를 맞았다고 하는데, 여섯 번째까지 포기하지 않고 출판사 문을 두드린 작가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었다. 포와로는 본인 머리가 굉장히 뛰어나서 두 번 말하는 법이 없으며 겸손하지도 않고, 본인 이름을 듣고도 놀라지 않는 등장인물을 매우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의 조수로 나오는 헤이스팅스 대위가 불쌍하기도 하지만, 포와로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작품 ‘커튼’을 읽다보면 왜 포와로가 그에게 그렇게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포와로의 말귀를 못알아듣는다.

 

작가가 가장 사랑하는 탐정 제인 마플은 '13가지 수수께끼' 단편집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 이미 70이 다 된 나이로 나오는데,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을 벗어난 적이 없는 독신 노인으로 나온다. 그럼에도 유명한 작가가 된 조카 레이먼드의 호의로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사건을 해결한다.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이 매우 독특한데 사람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예전에 보았던 어떤 인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서 그 사람은 이런 행동을 했었으니 저 사람도 이런 행동을 할거야 라고 추측하며 추리를 한다.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마지막 작품은 ‘네메시스’로 사건을 모두 해결하여 큰 금액의 돈을 받는데, 변호사로부터 저축을 해서 위험투자를 방지하라는 말을 거절하고 그 돈을 가지고 그 나이에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누릴 계획이라며 웃으며 사라진다. 정말 멋진 퇴장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나이가 많다고 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거나 내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을 거부하지 않을 것 같다.

 

단지 여섯 작품에만 등장하는 평범한 부부 토미와 테펜스. 등장할 때는 취직을 못해 전쟁이 끝난 영국에서 어찌 살지 막막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우연히 사건에 뛰어들어 해결한다. 둘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독립시키고 노후를 함께하는 장면에서 평범한 부부의 일상이 담담히 그려지는 와중에 사건을 맞닥뜨리게 되면 다시 기지를 번뜩이며 협력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단한 추리 과정을 보여주는 탐정이 아니지만, 이런 탐정도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 주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이 소설을 읽으면서 범인을 바로 알아맞히는 것은 아니기에 두 사람을 따라서 차근차근 순서를 밟으며 책을 읽는 묘미를 주는 등잔인물이었다.

 

살면서 80권을 모두 완독하기는 처음이다. 한 작가의 모든 책을 다 읽었더니 다른 작가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에는 엘러리 퀸의 모든 작품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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