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있어 행복하다

남상희 | 기사입력 2021/11/23 [08:58]

오늘이 있어 행복하다

남상희 | 입력 : 2021/11/23 [08:58]

▲ 남상희 시인     ©

깊어가는 가을날 온통 불바다 같은 산자락을 보면 소방차라도 부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붉게 채색된 먼 산을 가끔 눈앞으로 끌어다 놓고 명작을 보듯 감상하던 날이 엊그제 같다. 늦은 가을비가 아주 잠깐 내렸을 뿐인데 옷 속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전같이 훈훈함이 없어졌다. 잠시 움직이다 보면 적당하게 온도가 올라가면 부르지 않았어도 다가와 시원하게 스쳐 가는 바람이어서 참 좋았었다. 어느새 두꺼워진 스웨터를 걸치고도 불어오는 바람을 머플러까지 동원해 마다해야 하는 계절이 코앞에 다가왔다. 더 매서워진 찬 바람이 우리 곁에 다가와 머물기 전에 집마다 가을 김치를 담가야 한다고 일손이 바쁘단다. 해마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로 농작물은 작황이 좋았다가 나빴다를 한다. 해마다 돕기 행사를 위해 가을날에 잘 자란 배추가 여기저기로 나눔에 뿌듯했던 일도 올핸 실패다. 가을 초에 내린 장마 같은 비로 인해 배추며 무가 모두 병들어 버렸다. 내년엔 잘 키워보자며 아쉬움을 달랬다. 지난해는 지인의 도움으로 김장을 했었는데 올해는 언니 내외분이 오셔서 김장을 해주셨다. 친정어머니께도 한 통 챙겨드릴 수 있어 다행이다. 솜씨란 다 똑같지 않다. 맞손이 부럽다.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성공이 쉽지 않다. 해서 매번 주방에 서면 고민이다. 어떤 지인은 모든 반찬을 맛난 것 골라 사다 먹는다고 한다. 전엔 집에서 만들어 먹었는데 어느핸가 남편과 둘이서 김치를 담갔었는데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모르지만 더는 힘들게 담가 먹지 말고 사다 먹자고 제안을 해서 내내 사다 먹는다고 한다. 조금 부럽기도 하다. 주변 젊은 새댁 중에도 사는 일이 바빠서 집에서 시간 들여 반찬 만드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그것보다 맛집에서 먹을 만큼 조금씩 사다 먹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한다. 그도 맞다. 반찬가게를 하는 친구 말을 빌리자면 요즘 반찬가게가 잘된다고 한다. 그 친구는 솜씨가 좋기도 하지만 반찬 만들 때가 행복하다고 한다. 가끔 모임에서 반찬 맛 나게 만드는 강의도 해준다. 난 열심히 메모만 한다. 학교 때 시험을 보는 것 보다 더 어렵다. 그래도 가끔은 맛은 없어도 마음 뿌듯할 때가 더러 있다. 갖춰진 재료에 양념 넣고 차려 놓으면 맛나게 먹어주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 오늘도 삼시 세끼를 위해 주방 앞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메일을 건강하게 오늘보다 지금이 있다는 것이 간절하게 고마운 것은 얼마 전 아직은 판명이 난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찾아온 혈전이 한쪽 다리로 나타나서 긴급하게 다리 시술을 받았었다. 백신 2차 접종 후 5주째 나타난 증상으로 난생처음 중환자실에서 며칠을 보냈었다. 완치를 목적으로 오늘도 열심히 치료 중이다. 주변에 사는 이웃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려니 했는데 막상 내가 겪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었다. 방심은 금물이라고 건강하다고 자부할 것이 아니라 열심히 건강을 챙긴다. 그런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오늘 무탈함에 감사하며 내일이 아닌 오늘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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