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한 인간이다

신옥주 | 기사입력 2022/01/11 [15:10]

맥베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한 인간이다

신옥주 | 입력 : 2022/01/11 [15:10]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셰익스피어라는 작가 이름을 듣지 않고 지나간 날이 있을까 세어보면 손꼽을 정도인데도 제대로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 너무 유명해서 그의 작품은 마치 내가 직접 읽어본 듯이 내용을 알고 있어서라는 이유도 있고, 성격상 아는 이야기를 다시 읽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 이유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 첫 독서모임 책으로 맥베스가 나왔기에 마지못해 읽었다. 대학 때 룸메이트가 연극부라서 연극으로 보았는데, 원본이 극본이라서 몰입하기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어 소설 형식으로 나온 책을 한 권 더 찾아 읽었다. 평소에도 시나리오나 극본보다 소설 형식의 글에 더 감흥을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또한번 알게 되었다.

 

시대 배경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옛날옛날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이다. 유럽이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이며 잘사는 나라가 많지만, 약육강식이 휑휑하던 시대가 길고 침략이 정당화되던 시대가 길다보니 늘 전쟁을 하던 시대가 배경으로 나온다. 맥베스 장군은 용맹하고 의리있게 배신했던 영주들을 물리치고 대승을 거둔 뒤 승리한 기분을 만끽한다. 그런 맥베스에게 마녀 셋이 나타나 ‘글래미스의 영주, 코도의 영주, 그리고 왕이 되실 분’이라며 다음 왕이 될 사람으로 그를 지목한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의 설화에도 종종 나오는 이야기와 흐름이 비슷하다. 그의 아버지는 글래미스 영주였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자연스럽게 맥베스가 영주가 되어 첫 번째 예언이 맞는다. 마녀의 예언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미심쩍고 그렇다고 흘려버리기엔 달콤한 유혹이 있어 고민하던 때 코도의 영주가 왕을 배신해 사형을 당했으며 그래서 그 자리를 맥베스가 물려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러 왕의 사자들이 나타난다. 명예로운 낭보를 접한 맥베스는 이제 그럼 정말 왕위도 차지하게 되는 걸까? 하는 꿈을 꾼다.

 

나도 가끔 현재의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꿈꾼다. 만약 내가 백만장자였다면, 만약 내가 대한민국 최고의 미인이라면, 만약 내가 한번 보면 모든 것을 이해하는 천재였으면 이런 식으로 말이다. 너무 먼 곳에 있는 꿈보다 현실의 내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하다보면 그런 허황된 설정은 사라지게 되는데 맥베스에게는 그 설정이 눈앞의 현실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맥베스가 마녀들에게 홀린 것처럼, 인생에서 한 번쯤은 평소의 나답지 않게 도저히 포기되지 않는 욕망이 나타나곤 하지만, 이만큼 살다보니 그것도 젊은 시절만의 치기와 열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화려하고 잔인하다는 평을 듣지만 햄릿 다음으로 연극으로 많이 상영될 정도로 인기있다. 맥베스는 용맹하고 정직하며 자기 분수를 지키던 사람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히면 어떻게 망가지고 어떻게 파멸에 이르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실 인간이란 누구나 욕망에 사로잡히면 어리석고 성급한 일을 저지르게 된다. 우리가 성인이라 칭송하는 자들은 그 한계를 벗어났기에 성인이라 하는 것이지 내가 그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래서 이 작품이 우리 마음속에 경종을 부르고 우리가 계속 찾게 되는 것이다. 글래미스의 영주나 코도의 영주가 된 것처럼 왕위 자체가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놔두어도 그리 될 텐데 맥베스는 스스로 왕을 죽이는 일을 저지른다. 왕이 되자마자 걱정부터 앞서 누군가 다시 왕위쟁탈을 시작할까 우려해서 끊임없이 주변을 강화하고 의심하고 잠을 못자고 불안해한다. 스스로 왕이 될 때 던컨 왕을 살해했지만, 막상 그 위치가 되어 다른 자들도 왕을 살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고 초초하여 안정을 찾지 못하고 점점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변한다. 남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했지만 처음부터 그 정도의 뻔뻔함과 비겁함과 야비함이 없던 평범하고 반듯한 사람이었는데, 결국 두려움과 불안감에 폭군이 되어가는 과정이 리얼하게 묘사되어있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생전 꿈꾸지도 못할 커다란 유혹을 맞이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순간을 맞이하면 어떻게 할지 상상해보았다. 나는 혹은 남편은 혹은 다른 사람들은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평생의 숙제를 떠넘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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