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축제

김영희 | 기사입력 2023/07/04 [09:43]

호수축제

김영희 | 입력 : 2023/07/04 [09:43]

▲ 김영희 시인     ©

어느덧 자두가 탱글탱글 익고 복분자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간다. 옥수수는 수염이 무성해지고 복숭아도 뽀얗게 익어간다.

 

물 맑고 산 좋은 충주는 인심 좋고 걷기 좋아 살기 편하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이나 물을 찾는다. 특히 만수계곡 물소리나 수주팔봉 출렁다리 아래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면 더위도 잊고 마음의 여유도 찾게 된다.

 

충주는 어디를 가도 아름다운 호수와 청정한 경관이 펼쳐진다. 아담한 도시와 강, 들과 산이 어우러져 타 지역 사람들도 충주 만한 곳이 드물다는 말을 한다. 사람들은 봄에는 꽃을 찾고 여름에는 물을 찾는다. 예전처럼 첨벙첨벙 물에 들어가지는 못해도, 물을 보기만 해도 더위를 씻는 기분이 든다.

 

지난 유월에는 중앙탑 및 조정경기장 일원에서 ‘다이브 페스티벌 감성에 빠지다’라는 주제로 호수축제가 열렸다. 딸도 아이 둘을 데리고 호수축제를 보러 왔다. 딸이 주차공간이 없어 주차를 매우 어렵게 했다. 차에서 내려 중앙탑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메밀국수를 먹으러 갔다. 식당마다 사람이 많아 조금 기다렸다. 메밀국수에 치킨과 만두가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시원한 메밀국수로 더위를 식히고 호숫가로 갔다. 풍선을 든 아이들은 즐겁게 뛰어 다닌다. 무대에서 들려오는 음악이 축제의 흥을 점점 돋웠다. 몇년간 만나지 못한 지인들을 호수축제서 만나게 되어 반갑다. 푸른 호수에는 탄금호 유람선이 그림처럼 지나간다. 여섯살 태희와 세살 태윤이가 유람선을 보고 손을 흔든다.

 

축제장에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도 눈에 많이 띄었다. 아이들을 위한 볼거리도 있어 즐거워하는 손주를 보니 덩달아 즐거웠다. 무대쪽으로 계속 걷다보니 여기저기서 좀비가 나타났다. 좀비는 살아 있는 시체 즉 움직이는 시체를 말한다. 여섯살 태희는 좀비를 보고도 놀라지 않고 자세히 살피며 묻기까지 한다. 나는 마음이 여려 좀비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계속 피했다.

 

그런데 세살 태윤이가 저만치 앞서 빠르게 걸어간다. 고개를 숙이고 혼잣말은 하면서 걷는다. 나는 서둘러 태윤이에게 가서 손을 잡았다. 그러자 아이는 좀비가 무서워 무서워를 연발한다. 괴기스러운 좀비를 보고 놀란 모양이었다. 좀비 싫어 무서워 하면서 울먹인다. 좀비가 나타나면 무섭다며 눈을 가린다. 놀란 병이 큰병 된다는 말이 생각나 걱정이 되었다. 나는 태윤이에게 좀비는 얼굴에 그려서 만든거라고 이야기 해주었지만 어린아이가 이해하기엔 부족했다. 좀비가 어린아이 눈에는 무척이나 부담스럽고 무섭게 보였나보다. 좀비는 계속 여기저기서 아이 앞에 나타났다. 나는 그럴때마다 아이의 앞을 가려주었다. 그리고 호수에는 어떤 고기가 살까. 저 물속엔 얼마만큼 큰 고기가 있을까 물으며 좀비를 잊게 했다.

 

어려서 놀라면 오래간다는 말도 있다. 아름답고 시원한 풍경에서 온 가족이 즐기는 축제인만큼 어린아이들 정서에 부담이 되지 않는 호수축제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날은 처음으로 손주들과 호수축제를 보는 날이었다.

 

축제장을 한바퀴 돌아본 후 호숫가에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호수의 야경이 환하게 켜지고 밤의 호수는 더욱 빛났다. 좀비 싫어하던 아이가 배가 고팠는지 옥수수를 맛있게 먹는다.

 

중앙탑 호숫가는 딸이 어릴 때 우리가족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캠핑을 했던 곳이다. 그날은 장대비가 내려 텐트에 물이 들어와 밤을 지새도 즐거웠다. 그렇게 가족과 추억을 남긴 곳이라 손주들에게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잠시 후 기다리던 드론쇼가 호수위에 펼쳐졌다. 나비와 물고기 모양이 만들어지자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드론쇼에 몰입 돼 낮에 좀비 일은 다행히 잊은 듯 했다. 드론쇼가 끝나고 잠시 돗자리에 누워 호수를 바라보았다. 누워서 호수가 보이니 마음이 잔잔해진다. 호수와 내가 나란히 누워 생의 어느 곳으로 흐르는 느낌이다. 몇시간이 지나도 모기는 한 마리만 다녀가서 생각했던 것 보다 많지는 않았다. 호수 건너편 골프장에는 늦은 시간인데도 골프 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날의 축제 일정이 다 끝나기도 전에 우리는 서둘러 나왔다.

 

2박 3일간 손주들과 호수축제를 즐기고 문화회관 공연도 함께 했다. 손주는 집에 가서도 엄마가, 아기 혼자 있는 노래를 불러주거나 책을 읽어주면 왜그런지 펑펑 운다고 한다.

 

늦은 오후에 가서 많은 걸 볼 수는 없었지만 앞으로도 가족과 좋은 추억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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