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빼기

이대훈 | 기사입력 2023/09/18 [10:36]

사랑니 빼기

이대훈 | 입력 : 2023/09/18 [10:36]

▲ 수필가 이대훈

드디어 사랑니를 뺐다. ‘드디어’라는 말을 하는 것은 사랑니를 빼면 너무 아프다는 말을 여러 사람에게 많이 들어 하루하루 미루다 이가 썩어 부러져 나와 할 수 없이 빼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치아 치료를 하다 오늘 뺀 사랑니를 보니 언제 누군가가 크라운을 씌웠는데 도대체 사랑니에 왜 크라운을 씌웠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랑니는 '사랑을 느낄 만한 나이에 나는 이'라고 하는 것으로 우리 인간들에게는 실상 크게 필요치 않은 치아라고 한다. 그렇다고 멀쩡한 이를 힘들게 뺄 이유는 없지 않은가! 어쨌거나 이는 뺐고 며칠간 통증에 시달리다 보면 해결이 될 것이다. 이 나이에 조상 탓할 일은 아니지만 어머니께서 치아가 약해 치통으로 고생을 하셨는데 우리 형제들도 모두 치아가 약하다. 자식이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것이 어디 치아 하나뿐이겠냐만 건강한 몸을 물려받아 태어나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이라 생각된다.

 

나는 몸도 약하고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아 젊었을 때 결혼하지 않고 그냥 살다가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 일이라는 것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결혼을 하게 되었고, 자식까지 낳고 오늘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자식들에게 나의 부족한 유전인자를 물려준 것 같기도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나 자신은 지금까지 치아를 제외하고는 별다르게 큰 병치레를 하지 않고 살고 있으니 이 정도의 몸이라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도 있다.

 

사람이 부족한 것만 있으면 어찌 살 수가 있을까? 나는 부모님 특히 어머니께는 여러 가지 좋은 점을 물려받았다. 예술적 감각과 풍성한 감성을 물려받아 글과 사진 그리고 악기를 다룰 줄 알게 되었으며, 아버지께는 부지런함을 물려받아 평생 부지런하게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보니 나는 부모님을 원망할 어떤 이유도 없을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함과 단점이 있게 마련이고 그것을 보완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고 보면 부모를 탓한다는 것은 미련한 짓이 아닌가 싶다. 정말 다행스런 것은 우리 두 아들은 나의 이런 단점보다 아내의 장점들을 더 많이 물려받아 이 사회에서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어 다행스럽고 또 고맙다.

 

발치를 한 후 간호사는 수술 후 주의사항들을 알려줬다. 일단 지금 입 안에 넣어 놓은 거즈는 두 시간이 지나면 뺄 수 있다. 문제는 치통이다. 마취가 풀리니 통증이 서서히 밀려오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이를 뺀 곳은 위쪽인데 아래 윗니가 모두 아프다. 진통제를 하나 먹었지만 심각한 통증을 멈추기엔 약이 약한 모양. 게다가 밥도 못 먹고 미음이나 죽을 먹으라고 하니 며칠간은 본의 아니게 중환자 신세가 될 모양이다. 사우나, 목욕탕도 당분간 가지 못한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목욕을 할 걸 그랬나 보다. 어쨌거나 내 과거의 예로 보면 2~3일 후면 통증도 많이 가라앉고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듯싶다.

 

치아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복 즉 5복 중 하나라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치아가 그 어느 복보다 큰 복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의식주가 기본이지만 일단 먹어야 살게 되니 음식을 씹어주는 치아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자! 무엇보다 일단 오늘 밤을 잘 넘기고 볼 일이다. 오늘 밤만 통증과 출혈이 없이 무사히(?) 넘기면 되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지금 내 나이가 70대 중반이어서 몸이 모든 면에서 약해졌기 때문이다. 젊으나 늙으나 건강이 제일임을 다시 한번 느끼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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