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변주곡

최성자 문화산업경영학 박사 | 기사입력 2024/03/04 [08:31]

명함 변주곡

최성자 문화산업경영학 박사 | 입력 : 2024/03/04 [08:31]

▲ 최성자 문화산업경영학 박사     ©충주신문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 하나를 얻는 일이라고 했다. 사람에 둘러싸여 사는 우리에게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특히 사회생활에서는 새로운 만남의 자리에서 인사 나눔과 동시에 명함을 건네기도 한다. 그렇다면 손바닥 3분의 1 크기의 면적에 자신을 알리고 소개하는 글자를 심어 논 명함은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일까?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보면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알고 보면 새로운 인연이 닿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좋은 인연이든 안 좋은 인연이든 타인과의 관계로 인해 삶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사람을 새로이 알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게 된다.

 

자신을 짧은 글로 대변하는 명함은 디자인이나 색상도 다양하다. 개성이 넘치고 독특하면 한 번이라도 더 보게 되고, 맨 윗줄에 적혀있는 직함에 따라 단번에 상대방의 존칭도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명함을 만들 때는 심사숙고하며 만들게 된다. 그런데 요즘은 직업이 하나가 아닌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명함이 여러 개 있는 사람도 있고, 하나에 여러 직함을 적는 사람들도 많다.

 

“회사랑 상관없이 제 개인 명함 드릴게요”라는 뜻밖의 요즘 젊은 세대들의 명함에 대한 작은 변화의 움직임도 있음을 전해본다. 반면에 일하는 자부심으로 당당하게 살아온 고령 여성들의 삶을, 일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담은 인터뷰집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는 여성들의 명함을 찾아주자고 시작된 모 신문사의 젠더 기획도 있었음을 전해본다.

 

일반적으로 본인의 이름만 기입 하는 역사로 시작되었다는 명함이,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상세히 기록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아직 동남아 일부에서는 명함의 두께로 그 사람의 지위를 반영하기도 한다고 하고, 영국과 미국은 여자와 남자의 명함 사이즈가 좀 달랐다고도 한다.

 

음악의 한 형태인 ‘변주곡’은 어떤 주제를 바탕으로 하여 리듬이나 화성, 선율 등에 변형을 주어 만든 악곡을 말한다. 갑자기 명함을 이야기를 하다 말고 변주곡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명함에 적히는 다양함을 생각해 보았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변함이 없는데, 이름 석 자 옆에 또는 아래에 적힌 ‘나’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있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나를 대표하는 명함 안에 책임감 있게 살고 있는지 오늘도 누군가에게 내밀 명함을 보며 잠시 멈칫해 본다.

 

황용필 인문학자가 ‘나는 멈추지 않는다’에서 언급한 ‘헤어질 결심’을 떠올려본다. 과거와의 헤어짐과 대우받는 것으로부터의 헤어짐, 그리고 세상 평판으로부터의 헤어짐을. 서랍에 쌓여가는 명함들을 보며 필요할 때 뒤적이는 명함이 아닌, 한 분 한 분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나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래 본다. 봄이 코앞에 왔는지 생각만으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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