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면 어김없이 내가 사는 동네 초등학교 담장에서는 빨간 장미가 유혹을 한다. 어찌나 붉은 마음으로 향기를 뿜어내는지 지나는 사람들이 매달려 향기도 맡고 사진을 찍는 풍경을 보게 된다.
꽃 중의 꽃을 뽑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장미를 뽑는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색깔 중 빨간 장미를 꽃의 여왕으로 여긴다. 장미는 가시가 있어 오히려 매력적인가 싶다. 인간이라고 맘껏 꺾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키는 장미만의 무기. 게다가 빨간 장미의 꽃말이 열렬한 사랑이란다. 그래서 그런가, 어쩌다 나도 빨간 립스틱이라도 바르는 날은 에너지가 뿜뿜 솟는 듯하다.
그런 장미에 대한 시나 노래가 참 많기도 한데, 오늘은 장미를 비유한 속담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There is no rose without a thorn (가시 없는 장미는 없다. 완전한 행복이란 없다)는 속담과 Don’t think that when you’re married it’ll be roses all the way (결혼의 길이 내내 장밋빛일 거라곤 생각하지 마라). 그리고 하나 더 Everything needn’t come up roses(모든 일에 다 성공할 필요는 없다).
위의 내용을 보면 장미를 비유적으로 ‘안락, 행복, 쾌락’의 뜻으로, 또 ‘성공하다, 잘 되다, 어려운 상황에서 타격 없이 빠져 나오다’의 뜻으로 사용되었음을 볼 수 있다. 위에 소개한 속담과 상관없이 rose-colored glasses는 “낙관적인 견해, 삶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뜻하는데, 19세기 중반에 쓰였다는 이 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장미빛 인생’을 말하는 일종의 낙관적 시각을 상징한데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장밋빛 인생’ 하면 배우 고 최진실씨와 손현주씨가 열연했던 오래전 드라마가 슬프게 기억난다. 바람피우며 이혼을 요구한 남편(손현주)과 이혼을 하지 않겠다는 아내(최진실), 그 와중에 아내가 암에 걸린 걸 알게 되고... 결말은 남편이 내연녀에게 버림받고 돌아와 죽음을 기다리는 아내 병간호를 지극히 하지만 아내는 끝내 죽는다. 그런데 이 부부가 결혼 전 데이트하던 카페 이름이 장밋빛 인생이다.
인생 최고의 날들이라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그 순간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본다. 아마도 드라마 속의 아내는 꿈 많던 결혼 전의 그 카페에서의 데이트하던 날들이었으리라. 우리는 저마다 장밋빛 인생을 살고 싶어 하고 지속적이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 장밋빛이 사랑일 수 있고, 돈일 수도 있고, 권력이나 명예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화려한 꽃의 여왕 장미도 오월이 지나면 시들시들해지고 땅으로 떨어지게 되어있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 없이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받아들이고 산다.
우리 인생도 끝이 그렇다면 참으로 허망한 일이다. 그래서 일장춘몽이니, 인생무상이니, 남가일몽이니 하는 고사성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식물과 다른 우리 인간에게 ‘생각’이라는 것이 있으니, 삶의 의미를 어디에 두고 사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이제 우리, 결과보다 “여정”에 뜻을 두어보자.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하루하루를 빨간 장밋빛 인생의 연속으로 열정적으로 뜨겁게 살게 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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