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하여

최성자 문화산업경영학 박사 | 기사입력 2024/06/10 [08:41]

죽음에 관하여

최성자 문화산업경영학 박사 | 입력 : 2024/06/10 [08:41]

▲ 최성자 문화산업경영학 박사     ©충주신문

죽음에 대한 많은 명언이 있지만, 요즘 나는 이탈리아의 화가이며 공학자인 레오나드로 다 빈치의 ‘잘 보낸 하루가 편안한 잠을 주듯이 잘 쓰인 일생은 평안한 죽음을 준다’라는 사생관이 많이 와 닿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변 어르신들의 죽음을 대하게 되고, 나이와 상관없이 현대사회의 문명이 주는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름대로 생각할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다. 어쩌면 생과 사를 넘나들었던 지난날 나의 경험과 더불어.

 

얼마 전 한국교통대학교의 평생교육원에서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특강 강사를 모시고 강연회를 가졌다. 물론 필자가 몸담고 있기도 하고 교육 수강생분들을 위한 학기 중 과목에 ‘죽음’ 관련 내용이 들어 있어 의미를 두고 추진해 보았다. 강사분은 우리나라 대표 호국시인이라 불리는 육군 준장 출신의 김인수 작가이다. 군인이 생각하는 죽음은 어떤 것일까? ‘전쟁이 나면 사람을 죽이는 것이 허용된 군인’으로서 글을 쓰고 인문학 강연을 하고, 군인으로 퇴임한 작가가 생각하는 죽음은 남다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리를 가득 메운 강연회 자리의 분위기가 참 뜨거웠는데, 두 시간으로는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수강생분들도 있었지만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한 내용은 ‘카르페 디엠’이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 하라는 뜻으로,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송시에서 나온 이 말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책에 등장한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외쳐대던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사실 죽음이란 단어를 아직 거북해하는 분위기다. 이번 강연을 준비하고 홍보하는 과정에서도 느낀 점이다.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은 우리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가장 확실하게 정해진 답이고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교육에서도 다루지 않고, 죽음은 두렵고 무섭고, 말하기 힘든 그 어떤 것으로 여긴다. 종교나 철학에서나 이야기가 나올 뿐 일반적으로 죽음은 멀리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호스피스로 인해 평안히 죽음 맞기에 좋은 나라로, 호스피스 시스템 81개국 중 최고 등급을 받았다고 2022년 동아시아언스에서 밝혔다.

 

오랜 삶의 지혜의 풍습을 지닌 ‘부탄’은 태어난 아이에게 5분씩 죽음에 대해 매일 이야기 해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의 트라우소이족은 자식이 태어나면 세상의 수많은 고난을 겪고 사는 것이 안타까워 탄식하며 슬퍼했다고 한다. 반면에 사람이 죽으면 웃고 즐거워하며 땅에 묻었다고 한다.

 

강연자 김인수 작가는 강연장에서 은연중 정답을 말했다. ‘죽어보지 않은 우리’가 죽음의 세계를 어떻게 아냐고. 맞다. 종교적인 것을 떠나 우리는 사후의 세계를 정확히 모른다. 그러므로 두려워할 것도 미리 짐작할 것도 없다. 학교에서 노인심리상담을 수강하시는 이지윤 선생님이 낸 소감문이 마음에 와닿아 옮겨본다.

 

<(앞 생략)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가 누군가 내게 보너스를 준 것 같이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 든다. 이런 마음으로 살면 죽음을 맞이할 때는 좋은 죽음이 될 것 같아 죽음에 대한 희망도 생겼다. 죽음이라는 단어에 희망이라는 표현을 쓰는 나에게 놀라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중간생략) 남들에게 외면에만 비추어지는 그런 삶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 더 집중하고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처럼 살고 싶다. 그래서 죽음이 찾아온 어느 날, 이 정도면 참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만족하는 생을 마감하길 바란다.> 여기에 나도 덧붙이면 기, 승, 전, ‘오늘’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에 집중하며 충실하게 살기 그것이 곧, 잘 죽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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