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창밖에서 발랄하게 지저귀는 새들이 있다. 단독주택이지만 좁은 마당이라 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띄게 어딘가 먹을 것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거의 매일 아침 오다시피 한다. 이름도 모르는 새이지만 창문 앞, 전기줄에 앉아 실컷 지저귀다 날아간다.
알람보다 먼저 잠을 깨우는 새들의 지저귐은 기분 좋은 아침을 만든다. 덕분에 새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 많아졌다. 어느 날인가 내가 아는 새 이름을 떠올려 보았는데, 참새, 까치, 제비, 까마귀, 딱따구리, 물총새, 앵무새, 종달새, 공작새, 뻐꾸기, 꿩, 청둥오리?,,,이러면서 닭, 타조까지 나오고 보니 정작 이름을 모르는 새들이 많음을 알았다. 가끔씩 숲속을 거닐 때 만나는 작고 날렵한, 털의 색도 환상적으로 예쁜 새들의 이름은 여전히 모르고 있다.
오늘은 새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동시에 침묵에 관한 것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침묵과 새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 오래전에 읽었던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서 언급한 ‘새’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어느 날 더 이상 새들이 지저귀지 않고 적막만이 감도는 봄이 된 것을 알아차린 레이첼 카슨의 친구인 조류학자 허킨스가 보내온 편지에는, 벌레 박멸을 위해 살포한 DDT 때문에 새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이미 DDT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레이첼 카슨은 4년이란 기간 동안 자료를 조사하면서 ‘침묵의 봄’이란 책을 완성했는데, 이로 인해 1963년 환경문제 자문위원회를 케네디 대통령이 백악관에 설치하고, 미국 환경부에서 1972년부터는 DDT 사용을 금지했다고 한다.
DDT는 디클로로 디페닐 트리클로메틸메탄을 말하는데, 콜로라도감자잎벌레, 파리, 모기 등 많은 해충들에게 살충 효과가 있고, 티푸스 예방을 위한 구제책 역할도 하고, 말라리아 발병률을 5%로 떨어뜨렸다고 한다. 이렇게 해충으로 인해 옮겨지는 질병에 대해 새로운 예방법 역할을 하게 된 DDT를 만들어 낸 파울 헤르만 뮐러는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DDT에 노출된 해충을 잡아먹은 새는 어떻게 되었을까? 새뿐만 아니라 야생동물과 인간의 건강에까지 심각한 위험을 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결국 DDT는 사용을 금하게 되었다고 한다.
유명한 영국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우리가 어떤 문명 속에 살고 있는지 생각을 멈추지 말라고 했다. 구식을 벗어나 진보한 상태로 발전하는 문명화를 우리는 계속 추구하며 살고 있다. 요즘 우리는 약물 중독 위기에 빠져있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마약이란 단어를 흔하게 듣게 되었고, 특히 우리나라는 조금만 아파도 처방된 약을 한 움큼씩 복용한다. 약물 오남용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특히 청소년들이 약물 복용으로 멍하게 있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감기만 걸려도 쪼르륵 약국이나 병원에 달려가 약을 처방받는 우리의 문명병. 마약이든 아파서 먹는 약이든 약에 취해 살고있는 현대인들이 많아진 우려 속에 새들의 침묵이 끔찍하게 다가온다. 너무 비약한 것 같기도 하지만, 한 번쯤 짚어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핸드백에 비상약이 없으면 불안한 나도 약물 오남용 자 같기에 이 아침, 새들을 바라보며 상기해 본다.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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