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충주의 옛 조선식산은행자리를 충주시가 관아골 활성화의 상징성으로 관아골 아트뱅크 243으로 명칭하여 문화회관 전시실이나 관아골 갤러리의 전시공간 부족으로 인한 지역 예술인들의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조신식산은행을 보존해야한다는 원래 취지를 크게 벗어나는 활용 안이다.
조선식산은행이 무엇인가. 일제의 강점기에 우리의 농촌을 초토화시키면서 농민들에게 수탈을 강요하여 그 자금을 전쟁 등에 사용하던 수탈기관이자 우리 민족의 크나큰 아픔을 안겨준 비극의 역사인 것이다.
농업사회였던 이 시대에 농민의 수탈은 우리 민족에게는 매우 큰 시련과 고통을 안겨 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가난하고 먹을 것이 없던 시절에 애써 농사지은 곡식까지 거의 빼앗기다시피 하여 굶주림의 고통을 안겨준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고통을 모르고 자란 후세의 아이들이 일본에 대한 그때의 만행을 기억하고 경계해야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 세대가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그 의미를 기억하게끔 하는데서 이루어진다고 볼 때 조선식산은행 건물의 가치는 이를 보존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후세의 사람들이 이를 기억하고 경계하고자 하는데 있는 것이다.
물론 요즘 세계 각국이 서로 교류하고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있어 지나치게 과거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점과 일본과의 교류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인정된다. 그러나 교류를 하고 친하게 지낸다 하더라도 언제나 뼈아픈 역사는 가슴에 담아야 또 다시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 아닌가.
일본과 한국은 이웃에 있으면서 역사적으로 일본이 침입하여 한국을 유린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역사가 또 다시 반복되지 말란 법이 있는가.
한미일 협정이 이루어지고 상호 방위조약으로 안전을 보장하는 관계에 있다하더라도 항상 일본을 경계하는 일은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측변에서 조신식산은행은 일제 강점기 역사박물관 그리고 그 때를 기억할 수 있는 것을 소재로 한 소공연장이나 그 시대의 유품이나 사진 전시 공간 정도로 활용되어야 한다. 예술인들의 전시공간은 관아골 내 우체국 터나 별도의 터를 찾아 마련해야 마땅할 것이다.
또한 중앙 투자 심사까지 통과한 충주시립미술관이 건립되면 이곳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할 것이다.
조선식산은행 자리가 예술인들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면 우리 민족의 비극과 시련의 역사는 충주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후세의 세대들은 일제 강점기 농업에 대한 착취와 억압을 모르고 살아갈 수밖에 없고 시대가 흐름에 따라 일본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일본을 경계해야하는 정신이 어떻게 키워질 수 있겠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신라에서 계속되었던 왜적의 침입, 고려시대의 왜적의 침입, 임진왜란, 을미사변, 을사늑약 등 수많은 일본과의 악연을 어떻게 기억하게 할 것인가. 역사책 몇 줄에서 생생한 일본 침략의 침상을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몇몇 진보시민단체들이 조선식산은행 자리는 부숴버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역사 속에서 일어난 착취와 억압을 기억하도록 교육해야한다는 당위성으로 지켜낸 곳이다.
이러한 의미를 퇴색시키고 선조들의 시련의 역사를 지우려 하는 것은 대몽항쟁 등 역사 속에서 강인했던 충주의 정신을 훼손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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