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선물과 값비싼 선물의 차이는?

박충환 | 기사입력 2008/08/11 [00:00]

값진 선물과 값비싼 선물의 차이는?

박충환 | 입력 : 2008/08/11 [00:00]
▲ 박충환 
베트남의 전형적인 얼굴 모습을 한 까마잡잡한 은미씨.

5개월이 된 딸 아이를 업고 한손에는 기저귀 가방에 무거운줄도 모르고 월요일은 어김없이 썬터를 찾는다.

미용을 배우겠다고 친구와 함께 고구마 싹을 팔아서 마련한 돈으로 어쩌다 한대씩 오는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여름날의 태양이 뜨거운 것은 뒷편이고, 등뒤에서 칭얼거리는 아기를 달래며 내일의 꿈과 희망을 갖고 밝은 웃음으로 문을 들어 선다.

한국에 시집온지 어언 2년이 흘렀지만 누구한테 기대지않고 도움을 청하지도 않고, 중학교에 다니는 전처의 아들에게 책을 빌려서 혼자서 독학을 하며 한글을 익힌 22세의 애기 엄마.

어느 이른 봄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엄마, 시어머니가 무서워요. 도와주세요 때려요.”

가냘프고 떨리는 목소리는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다.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 이해가 되지 않아 일어나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다. 이렇게 도움을 청하고 공포에 떨던 은미씨가 이제는 당당하고 항상 밝다.

몇번 만나 상담하면서 한국의 남성들, 그리고 시어머니, 은미씨의 미래의 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 속에 이해가 되었는지 긍정적인 모습이 애처롭기 까지하다.


그러던 어느 월요일날 미용 강의가 없는 날인데 아침 일찍 아이를 업고 까만 비닐봉지에 무엇을 잔뜩 들고와서 수줍게 손을 내민다.  

“엄마 시어머니가 같다 드리래요” 하면서 빙그레 웃는다.

말끔히 다듬은 옥수수와 보라빛이 유난히도 예쁜 가지가 탐스럽게 담겨져 있었다. 혼자 들기에는 꽤나 무거웠을텐데…

시어머니가 무섭다고 도와 달라던 은미씨가 이제는 시어머니함께 온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는 것 같아 선물꾸러미를 보면서 흐믓함과 뿌뜻함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직원들과 나눠 먹으면서 우리 은미씨가 갖고 온 것이라 더 맛있는 것 같았다.  너무도 값진 진실과 사랑이 담겨져 있어서 일까? 은미의 향이 배여져 나오는 것 같음은 나만의 느낌은 아니고 우리 직원들 모두의 생각일 것이다. 이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부자와 가난한사람, 그리고 배운자와 못 배운자, 건강한 사람과 병든 사람, 수많은 사연들을 갖고 자기의 미래를 꿈꾸며 사는 사람들속에 부를 추구하기 위하여 자기의 명예와 욕구를 채우기 위하여 많은 거짓과 허망한 꿈을 쫓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 결혼이민자 여성들은 다르다.

가난속에 억눌렸던 과거를 버리고 자기의 꿈과 가족의 수호 천사로 이국 멀리 한 남성을 따라 낯선곳을 택한 것이다.

화폐의 가치가 부의 가치가 아닌데 우리는 값비싼 물건과 브랜드의 가치를 돈으로 측정하여 그것을 값진 선물로 치부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물질의 가치를 마음의 가치로 측정하는 인지적 관습이 언제부터인지…

도덕과 윤리와 그리고 진실된 삶에서 우러나오는 행복의 가치가 화폐의 지니는 부의 척도보다 더높고 중요한 삶의 기반이라는 것을 우리는 좀더 새기면서, 은미씨의 값진 선물에 다시한번 여름날의 땀어린 선물에 시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가슴에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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