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한살의 축제

박충환 | 기사입력 2008/09/01 [00:00]

예순한살의 축제

박충환 | 입력 : 2008/09/01 [00:00]
▲ 박충환 
새벽 아침부터 덜거덕 덜거덕 소리가 잠을 깨운다. 머리가 하얗게 은발이되신 친정어머님이 딸의 생일을 위해서 미역국을 끓이시고 반찬을 하시는 모양이다. 어쩌면 복이 많은 딸인지도 모르겠다. 6남매를 고이 기르시고 몇년전에 아버님을 보내시고 큰딸집에 오셔서 생활을 하신다. 아마도 며느리의 집보다는 딸의 집이 편하다는 일반이야기가 우리 친정어머니에게도 통하는 모양이다. 아니면 혼자 있는 딸이 안스러워 마음을 놓지 못하고 항상 걱정이 많으셔서 오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딸이 예순한살을 축하한다는 회갑의 생일날이 되니 꽤나 분주하시다. 바쁘다는 핑계로 또 요즈음은 평균 수명이 늘어나다 보니 회갑이라는 말은 옛 문화의 일부분일 뿐인데 아무 준비도 안하고 우리 아들딸도 그리고 동생들 친인척들… 모두가 평상처럼 무관심하게 지내니 어머니는 괜히 마음이 급하셔서 여기 저기 전화를 하시고 걱정을 하신다. 아침식사를 잘하지 않지만 식탁에 한상을 차려놓은 어머니의 정성으로 미역국에 밥을 말아 식사를 했다. 어머니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행복해 하신다. 그리고 강의하실 교수님을 터미널에 가서 모시고 센터에 자원봉사자 보수교육이 있어 부지런히 왔다. 70여명가량의 ‘뗌습’ 아름다운 봉사자 선생님들의 축복을 받으며 생일 케익을 자르고 노래를 부르고… 우리직원들이 쓴 편지를 낭독하고 예쁜 꽃다발과 선물을 주고 진실과 사랑을 주면서 한명씩 가슴으로 안아주고 따뜻한 손을 꼬옥 잡아주고… 어찌 이보다 더 행복하랴. 

누가 나보다 더값진 생일을 한사람이 있는가, 가슴속에서 흐르는 눈물을 꾹 참고 이야기를 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고 나는 이 나이가 되었어도 우리 아이들은 엄마를 어린 아이 같이 생각하고 엄마를 사랑하는 자식과 손주들이 이제는 몇백명이 되고 든든한 사위들이 많은데…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나이가 먹은 것에 아무런 후회도 없다고. 그리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언제나 함께 할 수 있고 옆에서 지켜주며 힘을 주는데 어떤 축제가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너무 행복하다. 집에서 손주나 봐주고 소일할 나이인데 그래도 아직 건강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어서 부모님께 항상 감사를 드린다. 오늘은 전화에서 불이 난다. 축하메세지가 마음을 기쁘게 한다. 60이 넘어도 여자는 여자인 모양이다. 저녁에는 우리 직원들과 센터를 도와주신 분들과 자리를 마련했다고 부대표가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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