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또 버려야 할 것들

남상희 | 기사입력 2016/06/08 [08:38]

버리고 또 버려야 할 것들

남상희 | 입력 : 2016/06/08 [08:38]
▲ 남상희 시인     ©운영자
봄날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한낮의 일기는 한여름이다. 습도가 그리 높지 않아 그늘에 있으면 선선하고 밖은 그저 절절 끓어오르는 것이 깊어가는 여름이 맞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계절을 알아가기 쉽지 않다. 얼마 전 겨우 네 입었던 두터운 옷가지를 정리하면서 올 봄날은 지난해 봄날 새로 사와 아끼다 한 번도 못 입어본 옷을 꼭 입어보리라 옷걸이에 걸어두고는 그새 깜빡 했다. 아직 상표도 그대로인 옷을 이리 저리 돌려 보다 다시 옷장 안에 걸어두면서 내년 봄을 기약해 본다. 이렇듯 옷장 안에는 갖가지 계절에 맞는 옷들이 쌓여만 가는데 입어보지도 못하고 묵히는 갖가지 옷들을 이리 저리 들었다 났다 하면서 옷장 정리를 해보지만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어쩌다 시장에 나가보면 새로 나온 각종 예쁜 옷들이 또 유혹을 한다. 그 새 손에 들고 온 옷가지를 보고 후회 반 기쁨반이다. 유행에 잘 어울려서 새것이라 기쁘고, 쌓여서 못 버린 옷들을 보고는 후회다. 한쪽 귀퉁이에 박스마다 계절의 옷들이 한단씩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 한쪽에 또 고민을 더하고 산다. 나만이 아니라고 위안을 하면서 보면 볼수록 정리가 안 되는 것도 어쩌면 마음의 병이 아닌가 싶다. 시집간 딸애가 옷 정리를 하면서 그냥 버리기 아깝다면서 한보따리 친정 나들이 오면서 두고 갔다. 뒤적뒤적하다보니 입을만한 것들이 더러 있다. 내가 입기엔 적고, 버리기엔 아깝고, 주변 사람들 주기도 그렇다. 이건 적어서 못 입고, 저건 커서 못 입고, 또 저건 유행이 지나서 못 입고, 바래져서 못 입고, 옷가지마다 온갖 사연이 다 들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창문을 열 때 마다 아카시아 향기가 바람에 실어와 그 향기를 맡으며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즐기며 사색하는 시간을 마냥 즐기고 싶었는데, 아쉬움만 남기고는 밤꽃향기가 진하게 콧속으로 파고든다. 너무 진해서 두통까지 동반한다. 수많은 꽃들의 향기 중. 그리 달갑지 않은 향기지만 참아낼 수 있는 이유를 든다면 튼실하게 익어 늦가을에 먹을 수 있는 토실한 알밤이 그립기 때문이다. 삶속에 갖가지 사연마다 사랑이 없다면 추억이 될 수 없듯이 살아가는 이유를 하나하나 들여 다 보면 미움 속에도 결국 사랑이 들어있음을 깨닫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온갖 것을 다 틀어 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세수를 더하면 더할수록 버리고 또 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그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몸속에 병이 하나 둘 찾아온다는 것도 알면서도 내려놓을 수 없는 것들 그리고 버릴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 맛난 음식상에 앉으면 소식해야 한다는 것쯤 익히 들어 알면서도 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먹고 또 먹는 습성이 몸이 배여 산다.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비우면 새로운 습성이 나를 변하게 한다고 하지만 언제나 마음 따로 몸 따로 생각까지 따로 일 때가 더 많다. 그래도 세상을 돌고 돈다고 시간은 흐르는 물처럼 멈추지 않고 지금도 흐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그러하듯 우린 건강한 정신으로 사랑을 이야기 하며, 버리고 또 버려야 할 것들을 언젠가는 행 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있기를 희망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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