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사냥

남상희 | 기사입력 2016/08/23 [10:01]

더위 사냥

남상희 | 입력 : 2016/08/23 [10:01]
▲ 남상희 시인     ©운영자
무덥다. 숨이 차오른다. 턱 턱 턱
입추도 지나고 말복도 지났다. 그리고 처서도 돌 와 왔는데 후덕 지근한 바람은 여전하다. 주중엔 한차례 소나기 소식도 있다던데.
폭염으로 인한 각종 사고소식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장을 오그라들게 한다.
더위 때문에 온 세상이 난리도 아니다.
밭에 심어 놓은 온갖 농작물도 폭염으로 타들어가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올 한해 농사가 흉작임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콩잎은 시들어 꽃도 피우지 못 한 채 앙상하게 메말라 가고 있다. 고추는 끝자락까지 붉게 물이 들었다. 이맘쯤이면 들깨 순을 쳐주느라 바빴을 터인데 자라지도 못하고 주저 앉아버렸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해서 비올 희망은 전혀 없어 보인다.
기상청에서 비 소식을 전해 주지만 맞는 확률이 희박해진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상기온이 분명하다. 과수농가에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사과일부분이 폭염에 데여 버렸기 때문이다. 바람한 점 없는 한낮의 바깥기온은 절절 끓는다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자연의 섭리에 따르자니 마음이 너무 조급하다.
열대아가 심해서 한밤중에도 두 서너 번씩 자다 깬다.
선풍기에서 나오는 바람도 열기가 후끈하다. 전기요금 폭탄 맞을까 걱정인 서민들만 고통스럽다. 그래서 에어컨은 그저 장식품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견디다보면 폭염으로 고생했었던 날들도 언제 있었는지 기억에서 금방 사라지리라.
망각이란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만큼 꼭 필요한 것 중에 하나여서 참 고맙고 또 고맙기만 하다. 죽고 사는 일을 하늘의 운명이라고 치부하면서 내가 아닌 남의 일이려니 생각하면서 살아온 내게도 그런 힘든 날이 찾아왔었다.
찬바람이 무섭게 불고 언제쯤 날이 풀려 봄날이 올까 봄 타령을 해댔었다. 그러던 봄날이 오는가 싶었다. 불가 몇 달 전만해도. 환절기에 감기려니 하면서 며칠 지나면 금방 낫겠지 했던 친정오라버니가 황망히 가버렸다. 정말 믿기지 않았던 친정 오라버니와 이별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친정어머니의 아픈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내 슬픔만 전부인줄 알았다. 매일 매일 아주 조금씩 이별 연습을 했었다. 그리고 아직도 끝내지 못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오라버니 생각이 희석되어가고 있음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수많은 사연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망각과 함께 오늘을 맞이하고 또 내일을 기다리게 되듯 더위사냥을 할 날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음을 알기에 시작과 끝은 함께 공존 한다 것도 익히 알고 있다. 저 멀리 산자락 끝에서부터 아니면 들판의 한 언저리에서부터 이는 물결이 가을을 암시하고 있음을 안다. 황금물결이 들판에 넘실대는 가을을 기다리면서….
마지막 남은 무더위선상에서 더 많은 인생의 삶을 수놓아 보는 것도 괜찮을 성 싶다. 조석으로 이는 바람 속에서 우린 조금씩 느끼고 있다. 코끝으로 살갗으로 전해져 오는 가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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