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성 찾아 가는 길, 역사 찾아 가는 길

전홍식 교통대학교 한국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 기사입력 2016/08/30 [13:38]

읍성 찾아 가는 길, 역사 찾아 가는 길

전홍식 교통대학교 한국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 입력 : 2016/08/30 [13:38]

충주읍성의 성돌이 발견된 성내동 444번지는 일제강점기에는 수야미길(水野彌吉)이라는 일본인이 살았다. 수야미길(水野彌吉)은 1869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났다. 러일전쟁(1904)이 발발하자 군에 입대하여 위생부원으로 참전하였다. 함경북도 청진, 평안남도 진남포, 평안북도 초산을 거쳐 최종적으로 충주에 근무하였고 일제에 병탄되던 해인 1910년에 제대하였다. 일제는 제대군인들이 조직력이 뛰어나고 빠르게 무장할 수 있으며 현지 적응력이 우수하였기 때문에 본국에 돌아가기 보다는 현지에 남기를 원했다. 제대군인에게 정착을 지원하거나 보조금 등을 통해 식민지 정착을 장려하였다.
수야미길(水野彌吉)도 제대군인이 현지에 남아 정착한 경우이다. 군에서 제대 후 충주에 정착하였고 일본인들의 의류를 판매하는 오복점(吳服店)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변신하였다. 또한 황색연초 경작 및 건조사업을 겸영하였다. 그러니까 읍성의 성돌이 발견된 곳은 수야미길의 오복점이 있던 상점 겸 주택이었던 것이다.
수야미길(水野彌吉)은 식민지 지배에도 활발히 참여하여 충주상업조합평의원, 충주학교조합평의원, 연초경작조합평의원으로 활동하였고 충주면협의원, 읍회의원 등을 역임하였다. 수야미길(水野彌吉)은 충주에 정착하여 상업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식민지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 침략과 지배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다.
수야미길(水野彌吉)은 정착이후 안정을 찾은 다음 일본에 있는 가족을 식민지 충주로 불러들였다. 형제들은 도로 맞은편에 주거를 마련하고 있어서 가족이 다 같이 인근에 거주하고 있었다. 본정은 일제시대 충주의 최고의 번화가였고 일본인들 생활의 주무대였다. 수야오복점의 옆에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향정(向井)치과가 있었다. 치과 옆인 현재의 성내동 새마을금고 자리에는 충주 일본인사회의 최고 실력자인 원구일이(原口一二)의 잡화점이 있었다. 해방 후에는 박희철을 중심으로 하는 좌익들이 수야오복점을 차지하고 사무실로 사용하였다.
자세한 사항은 발굴을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수야미길(水野彌吉)이 식민지사회의 유력자이고 주택이 남문에 바로 인접해 있었기 때문에 읍성이 훼철된 이후 성돌을 모아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였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방 후 수야미길(水野彌吉)이 도망가고 한국인들에 의해 건물의 재건축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성돌 위치의 변화가능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성돌이 발견된 현장을 그간 여러 번 둘러보았지만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다시 찾아가 보았다. 현장은 성돌 발견지 옆으로 난 성내의 옛길 정비 작업이 한창이어서 어수선해 보였다. 성내의 옛길은 일본인들이 만든 무차별한 직선도로에 묻히고 잘려나가면서도 길의 일정 부분이 100년의 시간을 넘어 그 흔적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으니 놀라울 뿐이다.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폭압적인 일제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식민지 지배를 위한 도시계획이 조선시대 우리의 도시구조를 완전히 무시하고 진행될 수 없었다. 일제의 신작로라는 것도 우리의 도로를 다소 확장하고 변형하고 필요한 부분을 새로이 개설하는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가로와 세로의 직선으로 곧게 뻗은 도로는 새로이 도시의 지배자가 된 일본인들의 위엄과 억압성을 드러내는 식민권력의 상징이었다. 이주해오는 일본인들의 생활기반을 마련하고 생활조건의 향상을 위해서 읍성파괴와 도로개설은 필요한 조치라고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단절 왜곡 변질되었다.
충주읍성의 성돌이 발견된 이후 읍성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읍성을 찾아가고 우리 역사를 찾아가는 여정은 어찌 보면 일제의 침략과 지배과정을 되짚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읍성 답사모임이 만들어지고 설명회와 토론회도 준비되고 있다. 거듭되는 답사와 토론의 장을 통해 충주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만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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