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찾아서

박상옥 | 기사입력 2016/11/30 [11:06]

아버지를 찾아서

박상옥 | 입력 : 2016/11/30 [11:06]
아버지를 찾아서
 
                                                                             임연규
 
버스통학으로 학교 다니던 고교시절 아버지는 자전거를 사주셨다
“나중에 나 늙어 너 고향길 오거든 막걸리 사서 자전거 꽁무니에 싣고 오너라”
오늘 텔레비전을 보다 낙향한 노무현 대통령이 밀짚모자 쓰고 손녀를 자전거에 태우고 코스모스 핀 들 길을 달리는 모습을 보았다
순간 나는 아버지와의 약속이 뇌리에 스쳤다
시인 신동엽의 어느 시 한 소절에
‘황톳빛 노늘 물든 석양,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를 싣고서 삼십 리 시골길 시인의 집으로 놀러 가더란다’
고향의 가로수에 한 세월이 즐거웠던 매미도 사라진 백로
들국화가 젖멍울 올리는 그 신작로 길을
자전거에 막걸리 싣고 대통령처럼 갈 거나
아버지 누워 계신 동산을 찾아서
 
*임연규(1954~ ): 충북 괴산 출생. 1995년 《시와 산문》박희진 조병화 시인 추천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 『제비는 산으로 깃들지 않는다』『꽃을 보고 가시게』『산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노을치마』가 있다.
 
   
▲ 박상옥 <시인>     ©
접동 / 접동/ 아오래비 접동 /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 진두강 앞마을에 / 와서 웁니다(중략).
시인은 만화책에서 발견한 김소월의 시「접동새」를 들고 서울에서 교수님을 했다는 스님을 찾아갔단다. ‘시’를 몰랐던 어린 시절에도 식민지 백성의 상실감과 한을 노래한 <소월>을 단박에 알아 봤던 그는 태생부터 시인. ‘시’라는 가르침을 처음 알았고 언감생심 시인의 지난한 길을 50년 한결 같이 걸어왔으니, 임연규 시인은 시로써 우뚝한 생을 살았습니다. 마음이 깨닫는 특별한 정서를 일으키는 것이 시라면, “낙향한 노무현 대통령이 밀짚모자 쓰고 / 손녀를 자전거에 태우고 코스모스 핀 들 길을 달리는 모습”이야말로, 이 시절, 가장 아름다운 풍경시 입니다. 시인은 밀짚모자를 쓴 대통령, 자전거꽁무니에 막걸리를 싣고 신작로를 갑니다. 동산에 아버지께 세상 권위나 위선의 때가 묻지 않은 막걸리, 약속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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