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손

김영희 | 기사입력 2017/01/03 [16:22]

일하는 손

김영희 | 입력 : 2017/01/03 [16:22]
▲ 김영희 시인     ©
포근한 날씨와 함께 붉은 닭의 해(丁酉年)가 밝았다. 우리는 새해의 희망을 품고 또 한 해를 시작했다.
새벽에 닭이 홰치는 소리와 함께 하루를 열었던 일상이 떠오른다. 새벽이 밝아오면 사람들은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삶의 시작은 소리로 시작되기도 한다. 사람 사는 세상은 손을 통해 이루어진다. 집이며 이불이며 옷이며 그릇, 도구, 집안의 빛도 다 그렇다. 밖의 세상도 마찬가지다. 다니는 길과 바다 논밭 작물까지 사람의 작은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언제부턴가는 동물의 세계에도 온갖 장비를 만들어 그들이 사는 모습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다. 알수록 신비해지고 알아도 끝이 없는 자연의 세계를 인간은 두뇌와 손을 통해 시야를 넓혀가고 있다. 세상을 두루 걷다보면 볼수록 놀랍다. 인간은 참으로 극성스럽고 억척스럽다. 천야만야한 곳에도 인간의 손과 발이 닿는다. 손이 닿을 만한 곳이면 내버려두질 않는다. 그곳을 개간하여 살길을 찾고 삶의 힘을 얻는다. 그만큼 산다는 건 도전이지만 쉬운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손을 통해 삶은 편리해져서 가만히 앉아서 세계를 다닐 수 있다. 바다 속은 물론 다른 별에도 왕래한다.
집을 나서면 걷기보다는 차를 의지하게 된다. 손으로 이루어 놓은 만큼 점점 손이 편해져 간다. 이제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열리는 세상이다. 이 모든 것이 인간에게 이로운 희망의 문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땅은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하고 따듯하다. 그러나 쉽게 내어주기만 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땅은 사람들의 손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손이다. 지구상에 최초의 생명이 탄생했다는 바다 또한 수많은 생명을 품었다. 바다 속에도 빛이 있고 지구에도 빛이 있다. 그러나 이 빛은 태양이 있기 때문이다. 태양이 없다면 지구의 생명이 존재할까. 태양은 지구의 생명을 깨우는 손이다. 햇빛이 닿는 곳마다 생명이 살아난다. 땅은 사람의 손을 부지런하게 한다. 그리하여 사람의 손은 땅을 놀리지 않는다. 세상은 각각의 주인이 있다. 그래서 질서 있게 돌아가는 것일까.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수명이 있듯 태양도 수명이 있다. 태양이 점점 밝아져서 앞으로 60억년 후에는 지구도 달이나 수성처럼 대기가 전혀 없는 행성으로 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구는 생명을 품어 아름답다. 지구에 생명이 없다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사람의 손이 아무리 위대하다해도 지구를 사랑하는 만큼 자연은 인간에게 에너지를 돌려 줄 것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밥 짓는 손은 아름다웠고 따듯했다. 어머니가 부엌에서 밥하는 모습을 보면 세상의 허공을 잊게 했다. 어머니 옆에만 있으면 햇살처럼 마냥 따듯했다. 그런 어머니가 밥 먹는 내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이제 어머니는 멀리 외국에 계셔서 함께 할 수 없게 되었다.
새해가 되니 닭이 아침을 알리던 옛집이 생각나고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한 시절의 풍경이 사라지고, 아무리 세월이 좋아져도 밥 짓던 굴뚝의 연기는 잊어지질 않는다. 고향에는 아직도 부모님의 부지런한 손의 흔적이 남아있다. 생가는 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하늘을 보고 뛰놀며 자란 곳이다. 세상을 처음 눈에 담고, 보고 들은 곳이다. 고향은 언제나 나를 돌아보게 하고 청빈한 마음을 갖게 한다.
지구의 70.8%는 바다로 돼 있다. ‘바다는 채울 수가 있어도 욕심은 채울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 인간의 욕심이 어디까지인지 생각하게 한다. 새해에는 함께 잘 사는 사회가 되도록 부지런한 손이 되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갔으면 한다.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국민 모두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해본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포토뉴스
조길형 충주시장, 2024년 갑진년 새해 충혼탑 참배
1/19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