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남상희 | 기사입력 2017/09/19 [08:41]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남상희 | 입력 : 2017/09/19 [08:41]
▲ 남상희 시인     ©운영자

어느덧 들녘에 펼쳐진 곡식들이 하나 둘씩 익어가고 있다.

하늘도 깊어 보이고 산자락마다 채색되어 가는 나뭇잎들이 조금씩 가을을 열어가고 있나 보다. 산등성이에서 들녘을 내려다보면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낄 때가 참 많다. 자연 앞에 인간은 그저 점 하나 인 것을 새롭게 느낀다.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들려오는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우린 바람일 뿐이라고 일컫고 만다.

하지만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한참 후에서야 그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주렁주렁 달려있던 도토리 열매들도 밤나무 알밤도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여기 저기 나뒹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과수원에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열매를 보면 오래전 첫아이를 품고 처음으로 입덧을 시작할 때 참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를 닮아서 인지 아이들도 사과를 제일 많이 챙겨 먹는다. 그래서 그런지 사과처럼 예쁘다.

보름만 지나면 한가위다. 한가위를 전후해서 수확할 곡식들이 하나 둘씩 가을을 열어가고 있다. 산기슭 가깝게 지은 농사는 수확보다 산짐승한테 빼앗기는 것이 더 많다. 전엔 조금만 반반만 수확해도 다행이다 싶었는데 요즘은 주객이 전도 되었다. 오히려 짐승들이 먹다 남은 것을 조금이라도 챙겨오는 날이 참 다행이다 싶다. 늦가을에 챙겨먹은 옥수수 맛은 색 다르다. 시골서 자란 탓에 여름방학을 하면서 먹기 시작했던 옥수수맛 그 맛을 기억하면서 즐겨 먹는다. 매년 늦가을까지 옥수수를 먹을 수 있어서 참 좋다. 변하지 않는 그 맛에 비결은 거름이 풍부해야 그 맛이 난다고 부지런히 농사일에 최선을 다하는 남편이 참 고맙기도 하다. 제철에 나오는 각종 야채도 신선하게 밥상에 올려 먹을 수 있어서 좋다. 가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장이 서는 날 나가보면 제각기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또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엿보게 된다. 각종 곡식들을 채소들을 챙겨와 난전에 놓고 흥정을 한다. 더러는 싸게 또는 비싸게 가격을 매겨놓고 그날에 완판을 바랄 것이다. 희망이고 바람일 것이다. 희망이 있다면 다행이다. 바람 또한 있다면 더더욱 다행이다. 간절하게 바라고 희망한다면 당연히 만사 이루어 질 테니 말이다. 희망 속에서 산다. 바람도 지나치지 않다면 좋겠다. 자연의 들판을 내다보면서 산자락을 올려 다 보면서 올 가을은 풍성했으면 좋겠다. 오곡이 무르익어가는 가을의 길목에 서서 새로운 꿈이 있다면 더도 덜도 말고 오직 한가위 보름달처럼 둥글게 살아가는 방법을 깨우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난 삶을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둥글게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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