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남상희 | 기사입력 2018/11/05 [09:19]

가을 이야기

남상희 | 입력 : 2018/11/05 [09:19]

▲ 남상희 시인     ©

산책로에 소복하게 떨어져 있는 낙엽들은 제각기 챙겨온 가을 이야기를 소곤대고 있다. 은행나무에서 놀러온 은행잎도 단풍나무에서 놀러온 단풍잎도 서로서로 그동안 속으로 담아놓았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듯하다. 봄날의 희망을 이야기 한지가 얼마 되었다고, 뜨거운 태양아래 목마름으로 타는 듯한 열기로 온대지를 뜨겁게 달궈대던 여름도 단풍의 계절 가을 앞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단풍으로 온통 수놓은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곱게 물든 단풍마다, 알록달록 제각기 자태를 뽐내고 있다. 들녘에는 바람에 일렁이는 황금물결이 파도처럼 넘실대고, 눈에 들어오는 온 세상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기만 하다. 동 동 떠있는 솜사탕 같은 구름 위로 하늘이 유난히 깊고 파랗게 보인다. 이 아름다운 가을 날 산책을 나가게 되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심스럽다. 걸음걸음마다 바스락거리며 따라오는 가을 이야기를 혹시라도 듣지 못할까봐 은근히 신경이 쓰일 때도 있다. 들여다 볼 수 없도록 울창했었던 숲속도 조금씩 비우는 연습을 하는가 보다. 우리의 삶도 그런 숲속을 보면서 비우는 연습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세상을 꿈꾸며 하나씩 하나씩 나뭇잎을 털어내다가 앙상하니 벌거숭이로 서 있는 나무를 볼 때면 마음이 시려온다. 먼 훗날에 내 모습이 분명하다. 모두가 떠나도 떠나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다시 돌아올 새싹으로 둥지를 틀 그날이 있어서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치 않고 서 있는 나무처럼 되려면 건강도 챙겨야한다.

 

옛말에 ‘수노근선고(樹老根先枯)인노퇴선쇠(人老腿先衰)’란 말이 있다. ‘나무는 뿌리가 먼저 늙고, 사람은 다리가 먼저 늙는다.’는 뜻이다. 사람이 늙어 가면서 대뇌에서 다리로 내려 보내는 명령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전달속도가 현저하게 낮아진다고 한다. 다리가 튼튼해야 장수한다고. 그러려면 다리를 단련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무조건 걷는 거라고 한다. 50대는 한 시간을 걸어야 하고, 60대는 두 시간을 걸어야 하고, 70대는 3시간 이상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날에 틈을 내서라도 산책의 시간을 챙기는 것이 곧 건강을 챙기는 일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건강검진 결과를 보러 의사선생님과 상담을 한 적이 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도 밥 먹듯이 해야 한다고. 운동은 저축이 되지 않는다며, 꾸준하게 운동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물론 전에도 그런 이야기를 듣긴 했어도 그리 마음에 와 닿지가 않았었다. 막상 탈이 나고서야 절실해지니 말이다. 젊어 건강할 때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들었을 때가 좋았었는데 그 소리를 이제 해야 하는 입장이 되고서야 건강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 이 가을날 산책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하나 둘 낙엽을 떠나보내는 나무처럼 비우는 연습도 배우고, 언제가 돌아올 그 날을 위해 변치 않고 그 자리에서 묵묵하게 기다려주는 나무처럼 기다림도 배워야 하겠다. 풍성한 가을날에 여유로 움도 만끽하고, 건강도 챙기고 일석이조의 계절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가까운 곳으로 가을 여행 한번 떠나보는 계획을 세워야 하겠다. 가을 이야기가 더 짙어지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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