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시계

박상옥 | 기사입력 2019/01/22 [09:56]

우리 집 시계

박상옥 | 입력 : 2019/01/22 [09:56]

[특집] 권태응 탄생 100주년 대표 시 50편

 

 

우리 집 시계

 

                              권태응

 

우리 집 시계 자동시계.

할아버지가 첨으로

서울구경 가셨다 사온 시계.

 

학교 일학년에 입학된 동생이.

아침마다 쉴 새 없이 쳐다보는 시계.

언제든지 잘 맞어요. 뚝딱뚝딱.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 박상옥 (사)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장     ©

60년대엔 시골 집 마루나 집의 거실에 커다란 괘종시계가 서있으면 잘 사는 집이었습니다. ‘뎅! 뎅! 뗑!’ 고요함 속으로 잦아드는 새벽의 시계소리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시계소리는 시원을 여는 종소리처럼 가족들을 잠을 깨우고 저의 정신을 깨쳤습니다. 당시 시골이 그다지 문화적인 환경은 아니었음에도 금성라디오가 있었고 괘종시계가 있는 집이 어린 제 마음엔 무척이나 자랑스럽던 기억이 납니다. 가끔 괘종시계 앞면을 열어서 안쪽에 걸려 있는 열쇠로 시계 뒷면에 나사를 돌려 밥을 주는 아버님 모습이 거룩하게 보이기까지 하였으니 말입니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는 뻐꾸기시계가 크게 유행하였습니다. 숲속통나무집 모양인 벽시계에서 창문을 열고 나와 ‘뻐꾹뻐꾹’ 울고 들어가는 시계는 애어른 없이 동심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요즘도 어쩌다 가끔 쓰레기 분리수거통에서 보이는 뻐꾸기시계는 이젠 핸드폰이나 손목시계에 밀려 사라지듯 괘종시계 개념의 시계도 전자시계에 밀려 사라지고 있습니다.

 

충주시 노은면 글쓰기 모임 ‘꿈꾸는 문예마을’ 박명자 어르신은 74세에 ‘울음시계’란 동시를 지었는데, 순수한 궁금증을 잘 표현하였습니다.

 

닭과 개는 떨어져 있는데 / 닭이 꼬끼요 하면 / 개도 멍멍 짖네요 / 전화도 없을 텐데 / 삐삐도 없을 텐데 / 서로 어떻게 연락을 하는지요.

 

// 새벽 다섯 시 십 분이면 정확하게 / 꼬끼요 하는 닭울음소리 / 닭은 시계도 없을 텐데 / 핸드폰도 없을 텐데 / 누구에게 연락을 받아서 / 어떻게 저렇게 잘 맞출까요.

 

본문 시에서처럼 ‘언제든지 잘 맞어요’ 울음시계가 참으로 신기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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