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안의 치안과 질서유지 - T 림프구와 NK 세포의 공권력

허억 | 기사입력 2019/02/13 [09:17]

우리 몸 안의 치안과 질서유지 - T 림프구와 NK 세포의 공권력

허억 | 입력 : 2019/02/13 [09:17]

▲ 허억 명예교수(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면역학교실)     ©

우리 몸은 외부 적인 세균과 비루스들을 대적해 물리치는 각종 혈액면역세포들과 탐식세포 등이 원활한 병원체 살해 작전을 수행하기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전자인 혈액면역세포는 한 국가의 해군역할에 해당되고 후자인 면역탐식세포는 육군에 해당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우리 몸 안의 감염세포와 암세포를 살해 제거하기 위해 면역세포인 T 림프구와 NK 세포가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치안과 질서를 유지 담당하는 경찰과 비슷한 공권력을 작동해 몸 안의 치안과 질서를 유지한다. 우리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해 범법자들을 격리 교도하는 것과 달리 감염세포와 암세포들을 우리 몸의 경찰인 T 림프구와 NK 세포를 동원해 살해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빨리 살해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중병에 시달리게 된다. 이 T 림프구는 우리 몸을 병들게 하는 병원균, 암세포, 감염세포들을 불철주야 물샐틈없이 찾아 살해하는 역할을 수행하기에 우리 몸이 건강을 유지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몸은 병원균, 감염세포, 암세포들에게 점령당해 힘든 삶을 살다 죽게 된다. 앞으로 여러 차례 칼럼을 통해 우리 몸의 치안과 방어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본 칼럼은 우리 몸 안의 치안과 공권력을 담당하는 면역세포인 T 림프구와 NK 세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T 림프구가 평정해야 할 대표적 대상은 암세포와 감염세포이다. 우선 암세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암유전자를 갖고 태어나고 자나 깨나 항상 많든 적든 암유전자가 발현되기에 암세포 초기단계인 단세포일 때 색출해 살해하지 않으면 암세포가 분열하고 조직화하고 다른 장기로 전이가 일어나 우리는 이 세상과 이별을 고할 준비를 해야 한다. 암세포도 죽고 싶지 않기에 T 림프구의 암세포 색출작전에 걸리지 않으려고 별의별 변장술을 다 사용한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T 림프구의 손아귀에 잡히지 않기 위해 암세포 바깥옷인 세포벽에 MHC1라는 물질이 발현되지 않게 한다. 이 물질이 없는 암세포는 암세포 색출조인 T 림프구들을 따돌리고 유유자적 즐겁게 살아가면서 결혼해 많은 자녀들을 거느려 대가족이 되고 이들 중 일부 자녀들은 독립해 옆집 또는 멀리 이사를 간다. 암세포가 자식들이 결혼해서 많은 자식을 거느리는 것을 전문용어로 암 고형화 현상 즉 암 덩어리가 되었다고 하고 이사를 가는 것을 전문용어로 암전이라 한다. 암세포가 이사 갈 시점이 되면 우리 몸은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암 치료도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암세포가 변장술로 위장하기 전 단계인 단세포로 있으면서 암 덩어리로 발전하려고 할 때 T 림프구가 색출해 여지없이 살해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암이라는 굴레를 짊어지고 힘든 삶을 살아가게 된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하나있는데 암도 T 림프구의 공격으로부터 회피해 가는 면역회피기전을 가지고 있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부터 T 림프구가 평정해야 할 또 다른 대상인 감염세포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감염세포라 함은 각종 병원체(세균, 비루스 등)에 감염된 세포를 말하지만 주로 비루스에 감염된 세포가 많기에 비루스 감염세포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이들 비루스는 숙주세포에 침투해 번식하고 복제해서 많은 비루스를 재생산한다. 그러나 이들이 복제 중에 비루스 특유의 꼬리표를 숙주세포 표면에 있는 MHC1에 결합해 비루스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기에 T 림프구가 이 특유의 꼬리표를 인식해 비루스 감염세포를 살해해 버린다. 감염세포를 살해하면 비루스들도 죽게 되어 우리 몸은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 그런데 비루스도 T 림프구가 살해하도록 가만히 있지 않고 대비책을 세운다. 이 비루스의 대비책이란 다름 아닌 감염세포 표면 위에 MHC1 발현을 억제해 T 림프구의 살해 작용을 피하려한다. MHC1 발현을 억제해 T 림프구의 살해 작용을 피하는 것을 면역전문용어로 비루스의 면역회피기전이라 한다.

 

면역회피기전을 이용해 T 림프구를 피하는 암세포나 비루스를 없애기 위해 우리 몸은 NK 세포를 동원해 암세포나 비루스 감염세포를 여지없이 살해해 버린다. 만성 피로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거나 노약자는 면역이 약화되어 T 림프구나 NK 세포의 활성이 저하되어 있다. 이로 인해 암세포나 감염세포를 빨리 살해하지 못하면 고형암 또는 암전이가 되고 감염증이 다른 합병증으로 진전돼 많은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T 림프구와 NK 세포는 어떻게 암세포와 감염세포를 살해할까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지대지 미사일과 비슷한 파스 리건드(FasL)와 퍼포린/그렌자임(Perforin/granzyme)을 발사해 암세포나 감염세포를 살해한다. 이 미사일을 맞은 암세포와 감염세포는 자신들의 최대 생산공장인 핵이 파괴되어 죽게 된다.

 

사회에서도 공권력이 상실돼 치안이 무너지면 시민들이 불안해 생업을 유지하기 힘들고 사회질서가 도탄에 빠지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T 림프구나 NK 세포의 활성이 약화되어 암이나 비루스감염을 억제하는 공권력이 무너지면 우리는 병마에 시달리며 힘든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 피로를 쌓지 말고 건강을 유지해 면역 활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고 항상 적당한 육체적 움직임과 즐거운 마음으로 산다면 면역이 활성화되어 암이나 각종 감염으로부터 해방되어 건강한 삶을 유지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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