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탄생 100주년 기념 권태응 대표 동시 50선(42)
풀밭에 놀 때는
권태응
풀밭에 놀 때는 풀밭이 재밌고
*뺌비가 쏙쏙 찾아 뽑기 네 잎 달린 클로버 찾아내기
모래밭에 놀 때는 모래밭이 재밌고
두꺼비집 짓기 고누 묻기 맨발 벗고 씨름하기 재주넘기
돌밭에 놀 때는 돌밭이 재밌고
공깃돌 *비삿돌 골라 갖기 장독대에 고여놀 예쁜 돌 찾기 (195.2.14)
*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장난감이란 게 흔하지 않던 시절 놀이터가 풀밭 뿐은 아니었을 것이다. 졸졸졸 개울물을 건너면서도 디딤돌 노래를 불렀고, 외나무다리에서도 종종종 발을 굴리며 널판쪽 다리를 건너고, 하나 둘 셋 넷 탕탕탕 발 구르며 재밌었을 것이다.(P.309 디딤돌 다리)
숫자공부도 일상에서 배웠을 것이니, *꼭감 꼭감 한 꼬지는 열 개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게 …열개. 달콤달콤 아기 *용앵이 꼭감을 세며, 숫자놀이를 했을 터이고, 달걀 꾸레도 열 개,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게 …열개, 몰랑몰랑 할아버지 반찬 달걀을 세며 숫자공부 했을 것이다.(P.302. 꼭감과 달걀)
일상이나 자연에서 보이는 것 모두가 공부였으니, 동네 앞 볕 따순 비알에 뺑뺑 둘러 울 친 것은 담배 씨 뿌려 놓은 담배모판이었고, 동네 집은 모두 얕트막 한데 키가 커다랗고 높으면 담배 잎을 따서 노랗게 쪄 내는 담배건조실이란 것을(P.303 담배모판), 궤짝에다 만든 고구마 모판을 방 안에다 들여놓고 물을 주면 며칠 후에 일찍 돋아난 고구마 싹을 보며, 날씨와 온도공부도 자연스럽게 익혔을 것이다.(P304 고구마 싹 )
동네가 있는 곳엔 어디든 공동우물 샘이 있고 물이는 색시 뒤엔 흰 강아지도 따라가고, 동네 가까인 미루나무가 서 있고, 커다란 까치집이 있고, 골목마다 조모래기들 노래하는 풍경 익히며, 뚝딱뚝딱 소린 못 내도 척척 시간을 맞추고 배웠으니, 해바라기 고개 들면 소죽 퍼 줄 시간, 분꽃이 웃으면 엄마 저녁 할 시간, 바늘 없이도 척척 시간 잘 맞추는 꽃시계 공부도 했다.(P. 꽃시계)
두꺼비집 짓기 고누 묻기, 맨발 벗고 씨름하기, 재주넘기 공깃돌 *비삿돌 골라 갖기, 장독대에 고여 놀 예쁜 돌 찾기, 지금도 가끔 하게 되는 놀이뿐만 아니라, 지금도 풀밭을 기웃대며 네 잎 달린 클로버 찾아내기가 100년 전에도 아이들 놀이였다니, 아이들은 어디서건 흥겹게 자라야 할 생기발랄 꿈 쟁이다.
*삠비 : 삠비기라고 불리던 삘기의 방언, 물이 가득한 어린 싹 *비삿돌 : 비사치기는 손바닥만 한 납자한 돌을 세워 놓고 얼마쯤 떨어진 곳에서 돌을 던져 맞히거나 발로 돌을 차서 맞혀 넘어뜨리는 놀이 *꼭감 : 표준어는 곶감으로 실생활 쓰임말로 표기한 듯 하다. *꼬지 : 꼬치 *용앵이 : 군것질거리 *꾸레 : 꾸러미 *조모래기 : 아이들의 방언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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