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남구와 버드남구

박상옥 | 기사입력 2019/07/16 [09:22]

미루남구와 버드남구

박상옥 | 입력 : 2019/07/16 [09:22]

[특집] 탄생 100주년 기념 권태응 대표 동시 50선(45)

 

 

미루남구와 버드남구

 

                                  권태응

 

높이높이 하늘만 보고

가지를 뻗는 미루남구,

자꾸만 자꾸만 하늘이 그리웁고.

 

얕이얕이 땅만 보고

가지를 나리는 버드남구.

도모지 도모지도 땅이 정다웁고.

 

*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 박상옥 시인     ©

나무가 땔감으로 쓰이던 시절에는 나무를 베어 팔아서 먹고 사는 직업 나무꾼이 있었다. “눈에 막혀 여러 날 갇혔다가 / 나무하러 나선 나무꾼들(P117. 나무꾼들)”도 있었을 것이고. “나뭇잎 긁으러 / 뒷산으로 갈까나 / 삭다리 꺾으러 앞산으로 갈까나(p379. 푸근한 나무)” 걱정하는 것이 일상이었을 것이고, “두멧골 사람은 / 나무 걱정 없지 / 하루에도 몇 짐 / 나무 걱정 없지(p379. 나무걱정)”이도 추운겨울 두멧골 생활은 도심보다 따뜻했을 테지만, 그 집엔 나이어린 나무꾼이 있어서 “울긋불긋 떨어진 잎사귀 긁으러 / 조고만 지겔 지고 찾아다닌다”(p149. 어린 나무꾼)는 어린나무꾼도 있었을 것이다.

 

나무란 나무를 땔감으로 죄다 잘라다 아궁이에 태우다보니, “산에는 나무가 우거져야 좋고 / 개울에는 물이 가득해야(p371. 산에는)” 좋다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되었으니, “산아 발가숭이산아 / 네 옷을 벗긴 게 대체 누구냐? / 함박눈이 쌓이니, 눈 이불 덮고서 / 실컷 몸을 녹이려무나 / 새봄엔 얇다란 옷이나마 / 정성껏 장만해주마(p82. 발가숭이산)” 나무랑 대화 하는 동심이야말로 자연스런 노래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동심을 빌어서 쓴 권태응의 나무 생각은 『권태응 전집』에 실린 수많은 나무들의 특성과 효용을 작품으로 남긴 것으로 알 수 있는데, 뽕나무를 보고는, “밭둑에 줄 서 있는 뽕나무 // 잎은 모두 누엘 주고 / 오딘 모두 애들 주고 / 가진 모두 부엌 아궁 주고 / 발가숭이 알몸뚱이 / 장하기도 하구 (P168.뽕나무),” 참나무를 두고선, “참나무마다 갈러진 배 / 울퉁불퉁 흉하게 아물은 배 // 어떤 놈이 이렇게 배를 갈렀나 / 한 나무도 안 남기고 배를 터췄나 // 도토리를 따려고 마을 사람이 / 커단 돌로 막 때려 터췄단다(p311. 배 갈러진 참나무)”그 안쓰러움을 노래하였다.

 

나무가 서 있는 풍경을 그렸으니, “허허벌판 밭둑에 / 선왕나무는 / 하루 이틀 자꾸만 / 낙엽이 지네. 치운 겨울 발가벗고 어찌 견디나 / 석양에 까치들도 / 모여 앉았네(P257. 선왕나무)”를, “걸쳤습니다 미루나무에 / 먼 산이 나차웁게 걸쳤습니다 // 걸쳤습니다 미루나무에 / 눈구름이 한 뭉텅이 걸쳤습니다 // 걸쳤습니다 미루나무에 / 누구 건지 연도 하나 걸쳤습니다(P115. 미루나무에)”라고 나무풍경을 노래하였다.

 

무엇보다 이렇게 다양하게 등장하는 많은 나무들은 대부분이 일제하의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는 굳센 의지로 표현 되었으니, 일제하의 고단함조차 나무를 통해 드러내는 권태응의 애국심이 엿볼 수 있으니, “두고 보자 두고 봐, 누가 이기나 / 봄의 꿈을 꾸면서 굳세게 섰다(p113. 겨울나무들)”.

 

나 역시 ‘두고 보자 두고 봐, 누가 이기나’ 이웃나라가 아닌, 먼 나라가 되어 경제제제로 겁박하며 다가 온 일본에 대하여 마음 다져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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