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 어른의 후회수기

남상희 | 기사입력 2019/09/19 [17:43]

95세 어른의 후회수기

남상희 | 입력 : 2019/09/19 [17:43]

▲ 남상희 시인     ©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내 기대 수명을 가름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언제나 미지의 세계에서 오늘을 그리고 내일이란 미래를 맞이하면서 산다.

 

인생은 지금부터라고는 하지만 그것을 깨닫고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낸다면 더 없이 바람직하겠다. 하지만 언제나 의욕은 넘치고 금방 시들해지고 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반복되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가끔은 아주 바쁘게 때론 너무도 무료한 날들의 시간을 감내하면서, 지낼 즈음 은퇴지원설계라는 교육을 다녀오게 되었다. 하루온종일 자리에 앉아 있기란 인내가 필요하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면 스프링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온다. 모두에게 유익한 교육이겠지만 내겐 많은 감명을 주었던 것이 분명하다. 아직도 사례별로 강의해 주시던 강사님의 열 강의가 생생한 것을 보면 말이다. 혼자만이 느끼는 보람된 앞으로의 삶에 지침서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누군가에게 공유를 하다보면 그 누군가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되었으면 싶다. 기대수명을 알고 꼭 그 기대수명까지 살수 있다는 확신만 있었다면 누군가 그런 후회의 수기를 남기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도 든다. ‘나는 젊었을 때 열심히 일했습니다. 결과 나는 실력을 인정받았고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 덕분에 65세 때 당당한 은퇴를 할 수 있었죠. 그런 내게 30년 후인 95살 생일 때 얼마나 후회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내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이후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나는 퇴직 후 이제 다 살았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다. 라는 생각으로 그저 고통 없이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 그런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습니다. 30년의 시간은 지금 내 나이 95세로 보면 3분의1에 해당하는 기나긴 시간입니다. 만일 내가 퇴직 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정말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때 나 스스로가 늙었다고, 뭔가를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95살 이지만 정신이 또렷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을 더 살지 모릅니다.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살째 생일날 95살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이 수기를 접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길어지는 수명에 대해 영국의 노인 재단 발표에서, 2000년 태어난 아이들은 130세 라고 하듯이 분명한 것은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우린 지금부터라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자 노력해야 한다. 나이는 또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단순히 출생년도 라는 연대적인 나이, 신체적 상태를 기준으로 생물학적 나이,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마음먹기에 달린 심리적 나이 라고 한다. 이제 우린 마음먹기에 달린 심리적 나이를 기대수명에 맞게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었으면 싶다.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태풍의 후유증에서 빨리 벗어나는 길만 남았다. 추수의 계절 황금벌판도 이번 태풍을 이겨 내기란 많이도 버거웠었나 보다. 힘없이 넘어져 버린 곡식들을 보면 말이다.

 

자연의 힘이란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도 또 새삼스레 깨닫는다. 수마가 지나간 자리마다 복구의 손길이 온정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늘 그래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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