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박상옥 | 기사입력 2019/12/03 [09:15]

이별

박상옥 | 입력 : 2019/12/03 [09:15]

 

이별

 

                              민선애(1970~ )

 

꽃잎이 떨어진 날

내 안에 품고 있던 껍질하나

홀연히 떠났다

 

지친어깨 다독일 새도 없이

마지막 인사 위해 올리는 눈길

덩그마니 남아있는 헛깨비가

삐애로처럼 웃고 있다

 

긴 시간동안 품고 있던 껍질이

알맹이였다는 것을

꽃잎이 떨어진 뒤에 알게 되었다

 

 

▲ 박상옥 시인     ©

「차차동인전」은 ‘한강의 시인’이라 불리던 고 이재호 시인이 생전에 미술인 문학인 도예가 등 예술이 우정으로 하나가 되어보자 하는 어울림전시회 입니다. 어느 해인가 귀향한 시인은 후두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홀연히 떠났지만, 남은 예술인들이 올해로 12회 전시회를 맞이하였습니다. 시화를 초대받은 저도 자축하는 마음으로 문화회관전시관에 들어서서 시와 그림과 조각품을 읽어나갔습니다. 그렇게 읽어가다가 발을 딱 붙드는 사진 앞에 섰습니다.

 

슬리퍼처럼 편안한 신발에 헐렁한 원피스를 입고 무엇을 생각하듯 약간 앞으로 숙인 채 걸어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사진입니다. 뒷짐을 쥔 손에는 토끼풀꽃 망초꽃 야생화 몇 가락 쥐어져 있습니다. 헐렁한 원피스 결을 따르는 어머니발걸음 표정이 한없이 맑고 초연합니다. 그 어머니의 뒷모습 사진 위로 올려 진 시가 위의 <이별>이란 시인데, 언젠가 어머님 병간호 하느라 꼼짝 못한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엄마 얘기하는 시인의 얼굴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긴 시간동안 품고 있던 껍질이 / 알맹이였다는 것을 / 꽃잎이 떨어진 뒤에 알게 되었다”고, 시인이 고백하는 중에도 세상의 모든 부모님은 여전히 빈 껍질로 인식되어 있으니 역설적으로 껍질이 곧 알맹이고 알맹이가 곧 껍질이 됨을 일러주는 시입니다. 꽉 찬 알맹이 빠져나가고, 넋 놓은 허깨비가 되어 마지막 인사 올리던 시간이 제게도 있었지요. 하늘에 계신 엄마를 잊고 살다 <이별>이란 시화에 딱 걸려버렸으니, 허둥거리며 살다가 정신이 번쩍 들게 망치를 맞았습니다.

 

오늘도 세상 안에는 수많은 이별들이 일어나겠군요. 부모님이 빠져나간 알맹이 자리는 남겨주신 사랑으로 채우며 버텨내는 삶이 사랑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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