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그 여름날에

남상희 | 기사입력 2020/07/13 [09:18]

여름날 그 여름날에

남상희 | 입력 : 2020/07/13 [09:18]

▲ 남상희 시인     ©

그냥 여름이여서 좋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는 계절 여름. 작렬하게 눈부신 한여름이 깊어가고 있다. 온통 짙어진 녹음 속 계절에 여름은 피부에 마음속에 와 닿는다. 여름에는 이야깃거리가 많아서 좋다.

 

며칠 전엔 태풍처럼 비바람이 몰아쳤다. 하우스가 바람에 금방이라도 날아갈듯한 기세다. 하우스 옆에 주렁주렁 매달린 호두나무 가지가 맥없이 한가닥이 부러져 나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줄이라도 단단히 매달 것을,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맛있다고 나눠 먹었던 호두가 그 만큼 소실된 것 같아 아쉽고 또 아쉽다. 어쩌면 남아 있는 열매들을 더 토실하게 더 맛나게 해 주려고 바람과 함께 떠날 때를 기다렸나 보다.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에 부러진 나뭇가지를 살려 보겠다고 지지대도 받쳐놓고 부러진 부분엔 철사로 묶어도 봤다. 며칠 지나다 보니 보기가 참 흉하다. 나뭇잎은 모두 단풍나무처럼 하나 둘 떨어져 나가고 그나마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하겠다고 매달려 있던 열매마저 찌글찌글. 삶이 다 그런 것 같다. 보낼 때 보내줘야 하는 이치를 역행한들 원상태로 돌아올 것도 아닌데 무지한 욕심을 또 부렸나 보다. 억지로 엮어둔 나뭇가지를 떼어다 밭둑에 조심스럽게 커가는 넝쿨콩 옆에 세워놓았더니 그새 넝쿨콩 가지가 반갑다고 가지가지에 순을 감고 좋아라 한다. 한 몫 단단히 할 모양이다. 세상에 이치를 보는 듯하다. 나름 제 몫을 하는데 저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기준의 잣대를 세워놓고 벗어나면 모두가 안 되는 줄 알았는데 또 한수 배운다. 올해는 넝쿨콩을 잘 키워서 나눠먹어도 될 것 같다. 해마다 기온이 상승하는 터라 요즘은 조금만 부지런하면 이모작은 기본인 것 같다. 봄날 심어 놓으면 완두콩 감자콩은 초여름 쯤 되면 수확을 하게 된다. 해마다 이맘쯤이면 수확을 해서 이웃과 더러는 친구들과 나눔에 기쁨을 맛볼 수 있어 참 좋다. 때를 잘 맞춰야 수확의 기쁨도 배가 된다고 했다.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언제나 한 템포 늦을 때가 많다. 삶도 그러하듯 또 그러려니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해본다. 저 마다 살아가는 방법이 다 있겠지만 그 방법을 공유해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반평생이었던 오랜 직장생활을 접고 인생 제 2막을 시작하려니까 마음이 머리가 참 복잡다단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틀에 매인 일상들로 늘 바빴던 세월을 짚어 보니 참 길기도 했다. 그랬던 세월들은 고스란히 남겨두고 이젠 새롭게 또 다른 세상에서 새로움을 터득해야 하는 것도 온전이 내 일이다. 자식들도 어느새 성장해서 틀에 박혀서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 모습과 너무나 비슷하다. 하지만 그런 세월을 살아가는데 누군가 내게 말해 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난 조금씩 이야기 봇따리를 풀어내듯 해 주려고 한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가지 말라고... 가끔은 쉬었다 가는 그런 충전의 시간도 챙기라고. 젊어 고생은 사서한다는 이야기도 이 시대 젊은 층에게는 어울리지 않듯이 웃음 스개 소리로 젊어 고생은 평생 간다고 한다. 가난한 것이 누구의 탓도 아닌데 조금만 노력하면 적어도 그 가난 속에서 미약하지만 벗어 날 수도 있는데 앞서 누군가 가난을 이겨낼 수 있도록 조금만 손을 내밀어 주었더라면 아님 선구자로서 누군가 잘 이끌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들을 한참을 살다보니 그 또한 터득하게 되었다, 아는 길도 물어서 가라고 살아가는 일도 똑 같다. 여름밤이 깊어가듯 우리들의 삶도 그래 깊어갔으면 좋겠다. 풍부한 과일 중에 그래도 여름날 한 잎 베어 먹어 시원함을 주는 수박처럼 누군가에게 살아가는데 지침서처럼 시원하게 삶의 지침서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마음속에 가득 채워진 욕심을 비우고 또 비우는 일에 게을리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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