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꽃

박상옥 | 기사입력 2020/05/06 [08:47]

동자꽃

박상옥 | 입력 : 2020/05/06 [08:47]

 

동자꽃

 

                        권혁진

 

여름 길가 따라

연한 붉은 빛이 무리지어

밝게 웃으며 반겨주는 그대

 

여리고도 여린 몸으로

차가운 눈 속에서 떨다가

배고파 죽어간 동자승 넋이여

 

그 사연이 꽃이 되니

앙증맞은 모습으로 피어나

사람이 좋다며 싱글벙글 일세

 

가녀리고 천진함이

해맑은 듯 보여 참 좋고

정겨워 그저 마냥 행복해지노라

 

*권혁진(1948~ ): 충주출생. 한국문인협회. 충북시인협회 회원. 국제문학바탕문인협회 이사 및 충청지회장. 중원문학회. 민족통일충주시협회회 부회장. 성균관 충주향교 장의. 성균관 충주유도회 교화부장. 저서 「나뭇잎은 마술사」 「은행잎은 개그맨」 「개구리 날다」 「초록마을」 「꽃詩」 「익어간다는 것에 대하여」 「소능문집」 「용담문집」 「小陵 權赫振 詩 全集」

 

▲ 박상옥 시인     ©

동자꽃 꽃말은 ‘기다림’입니다.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여인이 어린아이를 두고 지병으로 죽었습니다. 휘영청 밝은 달빛에 싸리문 틈새로 비집고 나오는 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에 지나가던 스님이 걸음을 멈추고 아이를 거두었으니, 아이는 동자승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작은 절간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라 스님은 탁발을 나섰고, 때마침 폭설이 내려 스님이 돌아오지 못하던 며칠, 배고픔과 외로움에 떨며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승은 숨을 거두었습니다. 천지 분간 못하도록 쏟아지는 눈이 그치고, 먹을 것을 구해 암자로 급히 돌아온 스님을 기다리는 것은 싸늘한 동자의 주검이었습니다.

 

그 겨울이 끝나고 스님의 극락왕생의 독경소리에 화답하듯, 동자승의 무덤가에 꽃이 피었으니, 동자꽃 입니다. 부르고 울어도 대답 없던 죽은 어미와 스님을 기다리던 피울음을 닮았으니 붉은 꽃이요. 아주 작고 가녀린 아이의 모습이니 동자꽃입니다.

 

시인이 전설을 알아 시를 지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앙증맞은 모습으로 피어나 / 사람이 좋다며 싱글벙글 일세 / 가녀리고 천진함이 / 해맑은 듯 보여 참 좋고 / 정겨워 그저 마냥 행복해지노라”고 읊었으니, 언어를 조율하는 시인의 능력에 꽃의 영혼이 실린 듯 애잔함이 전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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