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부엉이

김영희 | 기사입력 2020/12/22 [09:17]

겨울 부엉이

김영희 | 입력 : 2020/12/22 [09:17]

▲ 김영희 시인     ©

‘부엉 부어엉 / 나의 겨울아 / 여기는 충주 아파트 / 부어엉 부엉 / 십 오층 꼭대기 / 여기 사랑을 짓자 / 부엉 부어엉 / 맑은 도랑 / 참새 조잘거리는 숲 / 나의 겨울아 / 어서 이리 오렴 / 쀼엉 쀼어엉 / 그대인가요 / 지금 달려가고 있어요 / 쀼엉 쀼어엉’

 

밤마다 부엉이 소리를 들은지 두 달 돼 간다. 부엉이 소리를 듣게 된 것은 11월 9일부터다. 늘 걸어다니는 나는 이 날도 시청에서 걸어와 유원아파트를 지나는 중이었다. 차가 지나가고 조용해지자 어디선가 부엉이 소리가 들려왔다. 잘못 들은게 아닌가 하였지만 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나는 부엉이 소리를 녹음했다. 부엉이는 9초에서 10초 간격으로 울었다. 지나가던 몇몇 사람도 잠시 서서 귀재다 가곤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부엉이 소리를 듣는 건 처음이다. 이날부터 나는 밤이면 부엉이 소리를 들으러 나갔다. 그렇게 열흘이 되자 부엉이가 근처 아파트로 날아간다. 나는 부엉이를 따라가서 머무는 위치를 알아냈다. 부엉이 소리는 아파트 꼭대기에서 들리는 소리여서 조용해야만 들린다. 그러나 큰 길 옆에는 소음 때문에 유원아파트처럼 잘 들리지 않는다. 한 밤중에 부엉이 소리를 듣겠다고 서 있으면 손발이 시려 한 시간 이상은 못 버틴다. 그래도 하루가 멀다하고 밤이면 부엉이 소리에 귀를 모았다. 그렇게 부엉이와 벗하며 11월을 보냈다. 12월에도 여전히 나가보았다. 그러나 부엉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또 다른 아파트로 날아갔구나 생각하면서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집 가까이 오자 부엉이 소리가 들렸다. 이 번에는 두 마리의 소리가 연거푸 들렸다. 집 앞과 집 뒤에서 나는 소리였다. 집 앞에서 나는 소리는 다급한 소리로 들렸다. 새로 온 부엉이는 암고양이 소리처럼 앙칼지게 쀼엉 쀼어엉 소리를 냈다. 처음엔 누가 부엉이 흉내를 요란하게 따라하는 소리인줄 알았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부엉이 두 마리가 되고 보니 더욱 흥미로웠다. 한 달 넘게 수컷이 아파트에서 한 번 살아보자고 불러대더니, 어디서 암컷이 듣고 마음에 들어 찾아온 모양이다. 암컷 소리는 깜짝 놀랄 정도로 커졌다. 밤중에 사람이 흉내를 낸다 해도 어려울 정도로 큰 소리다. 암컷인 듯한 부엉이는 수컷의 소리가 가까워지자 더욱 안달하는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살짝 겁이 날 정도였다. 나는 동영상까지 찍다가 잘못 눌러 헛수고만 했다. 어느새 암부엉이는 수컷이 있는 쪽으로 날아간다. 수컷은 암컷이 찾아올 때까지 더욱 크게 부헝 부우헝 한다. 잠시 후 암컷이 드디어 수컷을 만났는지 둘의 안도의 소리가 겹쳐지기도 했다. 둘의 소리는 점점 부드러워졌다. 나는 집 뒤로 가서 귀를 기울였다. 그날 밤 부엉이 한 쌍은 겨울을 녹이며 따듯한 겨울을 맞이하는 듯 했다. 그 후 둘은 어디론가 떠났으려니 했다. 며칠간 부엉이를 아쉬움 속에 잊고 지냈다.

 

12월 10일 부엉이 생각이 나서 암수가 상봉한 아파트를 지나가는 중이었다. 그때 부엉이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아파트를 올려다 보았다. 몇 초마다 울던 부엉이가 여기서는 1, 2분 간격으로 서로를 확인하는 듯 했다. 그렇게 한동안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하게 소리를 냈다. 이상한 점은 소리와 발음이 달라진 것이다. 부엉 부엉하던 굵은 소리가 아니고. 12월은 후엉 후어엉 소리를 낸다. 며칠 후엔 아파트 반대편으로 걸어오는데 다른 부엉이가 있다. 그 부엉이 소리는 1분마다 길게 후우우우 한다. 어느 날은 만리산 쪽에서도 부엉이가 부엉부엉 운다. 부엉이가 부엉이들을 불러 모으는 것일까. 한 마리는 한 곳에서 소리를 내는지 늘 그 자리에서 소리가 난다. 다른 부엉이는 자리를 옮겨가며 운다. 먹이 사냥을 하러간 것인가 생각도 해 본다. 부엉이 끼리는 그래도 소통이 잘 되는 것 같다. 부엉이는 올빼미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부엉이가 아파트를 찾아온 것을 보면 솔부엉이가 아닐까 짐작을 해 본다. 너무 높은 곳이라 보이진 않아도 귀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진다. 살면서 지난 몇년간 특히 부엉이 인형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런데 살아있는 부엉이가 찾아왔으니 놀라운 일이다. 그동안 관찰하면서 부엉이가 그렇게 여러가지 소리를 내는 줄은 처음 알았다. 부엉이는 속담에 길흉이 반반씩이라고 되어 있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경자년이 저문다. 신축년 새해에는 코로나19에서 해방되어 건강한 가운데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자총충주시지회 청년회, 코로나19 방역 봉사
1/7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