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타령

남상희 | 기사입력 2021/04/14 [14:03]

봄 타령

남상희 | 입력 : 2021/04/14 [14:03]

▲ 남상희 시인     ©

‘어머? 여기 새싹 나온 것 좀 봐라?

어머? 여기도 나왔네. 봄엔 쑥국이 최고여! 뭐니 뭐니 해도 옛날에는 먹을게 흔하지 않아서 자주 해 먹었는데…. 먹어 본 지 참 오래다. 부추도 맨 처음 비어 먹는 것이 보약이란다. 저기 냉이도 보인다. 냉이에 콩가루 버무려서 된장국에 넣어 먹어도 보약인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 맛을 모르는 모양이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며 밭둑을 다니면서 엄마는 봄 타령이다. 설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엄마를 만나러 가지 못했다. 차례를 지내면 젤 먼저 엄마를 만나러 갔었는데 지난해부터 코로나로 인해 거리 두기 5인 이상 만남 금지라는 핑계로 전화만 드렸었다. 다행히 가족과 만남이 원활하게 풀리긴 했어도 지척에 계시지 않아서 이 핑계, 저 핑계 미루다 한참 시일이 흘렀다. 봄 농번기가 시작되기 전 며칠 모시기로 했다. 날씨 탓도 있고 요즘은 채소 가격도 만만찮게 비싸다. 지난가을에 심어 놓은 파가 언 땅 잘 버티고 조금씩 파란빛으로 올라왔다. 한뿌리에 천 원씩 하는 파를 올 명절에 사서 먹은 적도 있다. 장이 서는 날은 잊지 않고 구경을 하러 갔었다. 장날 나서보면 그곳에서 계절을 볼 수 있어 좋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있고, 가끔은 그곳에서 희망도 얻어 온다. 그런 덤도 요즘은 얻어 오지도 못하고 산다. 봄날에 만날 수 있는 각종 산나물, 들나물들 여름에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채소 들. 가을엔 풍성한 과일과 잡곡들 챙겨 보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파장이 가까우면 가격들이 절반이고 덤으로 챙겨 오는 것도 있어서 참 좋았다. 봄비가 추적거리며 오던 날 남편이 장모님 모시러 가자고 제안을 해왔다. 모시러 가면서 가는 길에 동파를 챙겨서 친정집에서 오가는 시간 한 시간이면 족한 거리에 사시는 큰언니네 집에 잠깐 들렸다. 웬 금 파냐고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반겼다. 가까이에 있으면 지천인 야채들을 나눠 먹을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이웃과 나눔으로 위안을 삼고 산다. 혼자 기거하시는 엄마 며칠 모시려고 오는 길에 잠시 들렸다고 하니까, 똑같은 자식인데도 큰언니는 연신 고맙다며 미안하단다. 당신은 자주 들여다보며 이것저것 챙겨드리고, 다리 아프시다면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면서, 어쩌다 한번 모시러 가면 남편에게 동생에게 쩔쩔맨다. 그래서 맏이는 부모 맞잡이라고 하나 보다. 천사 같은 효심 맏이 언니 따라갈 사람이 없다. 그런 언니 마음을 알기에 오히려 더 미안한 것을…. 일상에 전념하다 보면 혼자 계신 엄마 생각을 까맣게 잊고 살 때가 더 많다. 우선 내 새끼 내 손주가 항상 먼저가 되어 있음을 알면서도 효도가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닌 것을. 내 아이들도 어른이 되어 제 각지 자기 자식들 돌보느라 언제나 첫 번째라던 엄마를 잊고 지내는 것을 보면 나를 똑 닮아 가고 있음을 본다. 혼자 사시는 것에 익숙하신 엄마는 누구하고도 못산다고 하시기에 며칠 계시면서도 마음은 당신 집에 가 있음이 역력하다. 구순이 넘어서도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사신다. 지난해보다 한해 지나고 보니 많이 힘들어하시면서 난 괜찮다 괜찮다 하신다. 봄 타령을 일주일 내내 하시더니 가실 때는 봄을 잔뜩 챙겨 가시면서 매 식사때마다 막내딸이 최고라며 칭찬 보따리가 한가득하다. 효도란 쉬우면서도 어렵다는 것도 알기에 이번 봄날 엄마의 봄 타령을 기억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깊어가는 봄날 몸에 좋다는 봄을 많이 챙겨 먹고 힘내서 또 가까운 날에 엄마를 모시러 가야겠다. 냉이랑 쑥을 챙겨 놓았으니, 쑥국이랑 냉잇국을 철 지난 여름날에 드시게 하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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