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젤 젊다

남상희 | 기사입력 2021/06/24 [13:40]

지금이 젤 젊다

남상희 | 입력 : 2021/06/24 [13:40]

▲ 남상희 시인     ©

새벽잠이 없어진 것은 아닌데 요즘에는 저절로 눈이 떠진다. 밭에 심어 놓은 각종 농작물이 걱정되어서도 아니다. 새벽잠을 깨우는 알람 소리 때문만은 더더욱 아니다. 커튼 사이로 누군가 들여 다 보는 것 같아서다. 희미하게 날이 밝아오는 빛이 나의 달콤한 아침잠을 자주 깨우고는 한다. 눈을 비비고 동틀 무렵 그 시각이 참 매력이 있다. 오늘 하루 시작이 어제처럼 같을 수는 없지만, 왠지 그런 하루를 다시 맞이하였다는 것에 감사하다. 밤새 아픔으로 뒤척였던 시간도 이 새벽에는 망각 속으로 숨는다. 지금이란 단어가 소중하다는 것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피부에 와 닿지 않았던 세월을 뒤돌아볼 필요는 없다. 허송세월하였다는 자책감이 내 몸 구석구석 파고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프다는 것을 느낀다면 그 또한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 누군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시대에서 혼자 버티는 법도 배운다.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가깝게 서로의 소식을 전화로 문자로 안부를 묻고 물어오지만, 그 또한 성에 차지 않는다. 만날 사람은 만나야 하는데 기다림의 연속도 기한이 있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백신을 맞았다. 백신을 예약하고 예약한 날짜에 접종하기까지 각종 정보를 가족 친지 다 동원해서 공유하고서도 불안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예민함에 배탈이 나서 예약날짜를 앞두고 생고생을 하기도 했다. 믿음이란 것이 그 어떤 치유의 처방전보다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도 서로 소통하면서 백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퍼 나르면서 서로 위로하고 용기를 주면서 예약날짜에 맞추어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은 1차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2차 접종 끝나면, 만나서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 다 털어 내자고 카톡방이 시끌벅적 이다. 구순이 넘어 무릎관절 수술을 하시고 퇴원하신 친정어머니도 얼마 전 1차 백신을 맞으셨다. 곁에서 지켜봐 들여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자식이 여럿이면 뭐할까? 제각기 삶에 바쁘다는 핑계로 스스로 위안으로 삼는다. 내게 있어 엄마는 강하다고 하면서, 엄마가 되어 있는 나는 늘 약해 보이는지 오히려 자식들이 용기를 준다. 매일 안부를 묻기보다 물어오는 자식들의 전화도 가끔은 못 받을 때가 있다. 내 엄마는 자식들이 걱정할까 싶어 매일매일 카톡으로 안부를 주신다. 카톡도 바로 보고 답장을 해야 도리겠지만 그러지 못하고 살아도 괜찮다 하면서 엄마가 된 나는 자식들에게 그러지 못하고 산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만 한다. 한차례 퍼붓고 간 국시성 비와 천둥과 번개가 지나간 자리가 선명하다. 기후의 변화로 더웠다가 쌀쌀했다가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유유히 커가는 농작물을 보면서 한 수 배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슬퍼하지 말라고 하듯 지금이 내게 있어 젤 젊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세월 속에 더해진 세수는 그저 숫자일 뿐이라고 오늘이 있어 내일의 희망을 품어 본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칠월이면 사회적 거리 두기도 완만하고 만남의 인원 제한도 풀린다고 했으니 반가운 소식이다. 구름은 바람 없이 못 가고 인생은 친구 없이 못 간다고 두 다리 멀쩡할 때 걸어서라도 지금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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