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특히 남자들에겐 누구에게나 약간의 허세가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군대 이야기 중 사실보다 부풀려진 이야기를 ‘썰’이라고 하는데 군대의 썰을 들어보면 작대기 두 개짜리 이등병이 별 두 개짜리 사단장을 가지고 논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요란스런 군대 생활을 한 모양새다.
군대라는 곳을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겠지만, 일반 사병들이 소위 스타라고 하는 별이나 사단장을 본다는 것은 사령부 또는 사단본부에 근무하는 사병이 아니면 입대해서 전역할 때까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필자가 군대 생활을 할 때도 부대 안에서 별을 본 기억은 없고 기껏 가까이서 본 계급이 대령이었다. 이렇듯 남자들이 허세를 부리는 것은 자신은 뭔가 다른 사람들보다 강하다는 것을 나타내려는 심사에서라고 생각이 된다.
왜 그럴까? 왜 남자들은 자신은 다른 남자들보다 강하다는 것을 나타내려 하는 것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고대 원시시대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남자는 외부에 나가서는 사냥을 해야 하고 또 적이 쳐들어오면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판국에 자신이 남들보다 약하다는 걸 드러내면 그것은 곧 항복을 표하는 것이고, 때에 따라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죽음에 이르게 될 수도 있는 것이기에 남자들은 어느 경우라도 그리고 어느 것 한 가지라도 자신이 남들보다 강하고 낫다는 것을 표시하려는 것이리라.
내가 어렸을 적 우리 동네 청년 중에는 상의 호주머니에 만년필 케이스를 몇 개씩 꽂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떤 청년이 만년필을 세 개 가지고 있다고 하면 그중 쓸 수 있는 만년필은 하나 정도고 나머지는 위 뚜껑만 가지고 있었다. 왜 그럴까? 그 시점 그러니까 50~60년대의 우리나라는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한 국가적인 재난으로 전 국민이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던 때여서 그 무엇 하나 풍족한 것이 없이 부족한 것투성이였다. 그때 외국 군인부대 특히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물자는 가난했던 우리에게는 너무나 귀한 물건들이었다. 그 당시엔 학생들이 쓰는 학용품도 그 품질이 열악했다. 학생들은 질이 나쁜 연필을 쓰거나 아니면 잉크와 펜을 가지고 다니며 펜으로 글씨를 썼다. 그런데 만년필이라는 것이 언제부터 어떻게 나오고 쓰였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청년들 중 일부가 만년필이라는 걸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신은 잉크병을 들고 다니며 공부를 하는데 다른 사람이 만년필로 글을 쓰는 것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없는 돈에 값비싼 만년필을 사기는 어렵고 해서 누군가 버린 만년필 케이스를 주워 상의 호주머니에 꽂고 다니며 허세를 부렸을 것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듣던 중 북한에는 사람들이 가전제품이나 고급 물건이 들어있던 상자를 버리지 않고 집안에 늘어놓아 자기도 이런 물건을 쓰고 있다는 허세를 부린다는 말을 들었는데, 허세라는 것은 남과 북 아니 전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누구나 약간씩은 부리고 사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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