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보에서 수회리까지 - 2

김희찬 | 기사입력 2024/01/15 [10:36]

수안보에서 수회리까지 - 2

김희찬 | 입력 : 2024/01/15 [10:36]

 

‘배남지 성황당’을 잠시 보고 옛 신작로(구 3번국도)로 내려서면 석문천과 나란히 길이 흐른다. 자동차 전용도로가 생기고, 수안보온천의 경기가 침체되면서 자동차 통행도 많지 않다. 느릿하게 흐르는 개울을 따라 걷다가 빙그르 에둘러 나가며, 개울에는 자그마한 다리가 있고 하늘에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걸린 지점을 지나면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으로 있는 조붓한 포장길 입구에는 ‘노포란’이란 마을 이름을 새긴 표석이 하나 있다.

 

▲ 노포란 마을 전경 

 

‘배남지’처럼 ‘노포란’이 무슨 뜻인지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무슨 포란형이니 하는 풍수적인 해석을 덧씌워서 설명하긴 하지만 시원하게 속시원한 설명은 못된다. 개울과 나란히 흐르는 국도를 따라가도 되지만, 조붓한 포장길에 옛길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 없이 길을 잡아 든다.

 

한여름 뙤약볕에 그 걸었지만, 눈내린 겨울길이나 사과꽃 피는 4월 중순께 걷기를 추전하고 싶은 길이다. 짧지만 긴 여운을 두고 생각하게끔 하는 곳이지만, 특별한 감흥이나 근사한 풍경이 있는 곳은 아니다. 그렇다고 마을이 그럴 듯하게 크거나 고풍스러운 것도 아니다. 어쩌면 서글픔을 느끼게 하는 곳일지도 모른다. 길 중간 쯤에서 건너편 골짜기를 보면 폐장된 스키장이 보인다. 겨울이면 하얀 설원을 가르며 내려오던 스키어들은 사라졌고, 슬로프에는 나무가 심겨져 멀리서도 황량한 모습이 보인다. 작년(2023)에는 그곳에 스키장 대신 골프장을 짓겠다는 충주시의 발표가 있었지만, 그 후에 상황은 알 수가 없다.

 

▲ 오른쪽에 골짜기가 황량한 곳이 수안보스키장이 있던 곳이고 멀리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찬 곳이 수안보온천이다. 왼쪽 아래의 자그마한 마을이 노포란 마을이다  © 

 

다시 발길을 옮겨 나아가면 금새 자그마한 숲이 마주선다. 약간의 고개를 넘어가면 썰렁한 건물 하나가 우뚝 서있다. 1980~90년대에 단체 수학여행을 주도했던 유스호스텔의 황량한 건물이다. 이곳 역시 수안보온천의 성쇠와 운명을 같이 한 곳으로, 수안보온천의 경기가 살아있을 때와 그 반대인 경우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의 장소이다. 먼 옛날이 된 1970년대에 신혼여행지로 수안보온천을 찾은 부모 세대가 있는가 하면, 그 자녀 세대의 일부는 그 시대의 유행처럼 수학여행으로 수안보온천을 찾아 투숙했던 추억이 있을지도 모른다.

 

황량함을 뒤로 하고 터덜터널 걸어 내려가면 다시 국도와 만난다. 거기에서 잠시 걸음을 뒤로 옮겨 왼쪽으로 걸으면 개울 건너에 옴팡 들어앉은 조용한 마을 하나가 온 골짝에 꽉 들어차 있다. 오산 마을이다. 합천 이씨들의 집성촌이라고 불리는 마을이다.

 

마을 입구인 다리를 건너 왼편의 자그마한 동산 위에는 열락정(悅樂亭)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풍스런 정자가 있다. 그리고 마을 제일 안쪽에는 오숭사(烏崇祠)라는 합천 이씨들의 종중 사당이 있다. 집안의 사당이 있고, 그럴듯한 정자가 솔숲에 자리한 마을은 그래서 더욱 고즈넉해 보이기도 한다.

 

▲ 오산 마을 : 왼쪽 아래의 동산에 열락정이 있고, 오른쪽 끝에 보이는 기와집이 오숭사이다  

 

그러나 마을의 뒷산인 주정산(周井山)에는 주정산봉수가 있었다. 문경 새재를 넘어와 수회에 닿기까지 길목마다 형성된 마을은 교통과 통신의 요해처였으며, 각 지점에 설치된 국가시설로 인한 부역에 시달렸었다. 지금은 조요한 마을이지만, 봉수제가 폐지되기 전까지 낮지 않은 주정산을 오르내리던 시절에는 얼마나 힘에 부쳤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주정산 꼭대기에는 주정산봉수를 복원해 놓았는데, 그 모양과 규모는 사뭇 규격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초라하다. 주정산봉수를 받는 대림산봉수도 발굴조사를 거쳐 복원공사를 해놓았지만, 3기의 봉수대만 만들어 놓았다. 어쩌면 손대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물을 한결같이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산책 삼아 마을을 한바퀴 걸어보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예전 같지 않은 시골 인심이고, 더구나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변한 세상에서 냉수 한 바가지 얻어 마실 수 있을지 장담못할 상황이라 흔쾌히 권하고 싶지는 않다.

 

오산 마을을 돌아나와 다시 국도를 따라 걸으며 수회로 향한다. 그나마 한갓진 옛 국도를 지나면 자동차 전용도로를 잠깐 만난다. 개울 쪽으로는 자전거도로가 마련되어 있고, 반대편에는 약간의 갓길이 있다. 개울을 따라 걸으면 하수처리장 앞에서 꺾어 들어가는 수회마을 구길로 바로 들어갈 수 없고, 반대편 길을 택한다면 약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위험 상황(?)을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진짜 옛길은 산으로 나있던 길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곳은 폐쇄되어 없는 길이 되었다. 그래서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수안보 하수처리장을 지나 또다른 옛길로 에둘러 수회 마을에 도착하는 것도 괜찮다. 하수처리장에는 쉬기에 적당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여름 걷기에는 맞춤맞은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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