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하천 풍경

김영희 | 기사입력 2024/02/05 [19:12]

충주 하천 풍경

김영희 | 입력 : 2024/02/05 [19:12]

▲ 김영희 시인     ©

입춘 지난 아침, 봄비가 촉촉이 내린다.

 

봄이 느껴지는 영상의 날씨가 이어지더니 집 뒤 도랑가에 얼음이 며칠 사이 다 녹았다.

 

새해 들어 하천 둑길을 몇군데 걸었다. 따스한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목계에서 월상리쪽으로 걸었다.

 

고가 다리 아래 공사중인 엉성한 다리를 간신히 건너기도 했다. 맑은 하늘엔 흰 구름이 강따라 흐른다. 푸른 강물엔 새들이 조그만 섬에 앉아 졸고 있다. 조정지댐을 건너 사랑바위를 지나 걷다보니 작은 물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나는 곳도 있다. 다시 목계 다리를 건너 목계나루까지 한 바퀴 걸었다. 산을 걷고 들을 걷고 마을을 걸어봤지만, 하천을 걷다보면 건조한 마음이 촉촉해지는 기분이다.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비닐 등 쓰레기가 걸려있는 곳도 있어 지난해 장마의 위험수위를 짐작케 한다. 하천에는 흔히 볼 수 없는 왜가리와 물오리 물닭 등을 볼 수 있다. 하천가 모래에는 손바닥 만한 말조개 껍질이 널려있다. 하천에 말조개가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마른 갈대 사이로 낚시꾼들도 보였다. 그들은 고기를 잡아서 놓아준다고 한다. 낚시를 하다가 가끔씩 잡은 물고기를 달라고 오는 이들에게는 나눠준다고 한다. 그들의 낚시는 주말이나 한가할 때 시간 때우기 놀이라고 한다. 마을이 가까운 하천둑에는 걷기운동 하는 사람이 꽤 있다.

 

입춘에는 주덕 화곡리 들어가는 다리부터 걸어서, 둑길을 따라 교통대 입구까지 걸었다. 주덕 다리는 어릴 때 섶다리였다. 할머니께서 건너시고 부모님께서 건너시고 내가 건너던 다리다.

 

한여름 장마철이 되면 떠내려가서 해마다 다시 놓는 섶다리였다. 어느날 장에 가신 어머니가 불어난 물을 건너다 떠내려가실 뻔 하던 적도 있다고 들었다. 나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 다리 밑에 머물렀다.

 

많은 추억을 떠올리며 한참을 머물다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화개산 쪽으로 들논이 펼쳐지던 다리 건너는 하나둘 건물이 들어선다. 나의 생가마을 논이 있던 지겁질 너머는 신도시가 들어서 몰라보게 발전한다. 앞으로 십년 안에 생가 마을 전체가 새로워질 것 같다.

 

생가를 떠났어도 생가에 머무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생가 쪽만 바라보아도 가슴이 뭉클하다. 마치 부모님의 숨소리가 들리는듯하다. 부모님의 혼이 머무는 곳, 부모님의 발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산모롱이 돌아 대소원 입구 하천가 파크골프장에서는 어르신들이 골프를 즐긴다. 그 중에는 구십 가까이 되신 분도 보인다. 개울 건너 화개산이 오늘따라 우뚝 솟아 보인다. 아무리 생가 마을이 변해도 수려한 화개산은 변함없이 마을을 아름답게 지킬 것이라 생각한다.

 

화곡리 쪽에서 흐르는 물이 합류하는 보 아래에는 한 남자가 방수복을 입고 고기를 잡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그냥 지나가려다 궁금하여 하천가로 내려가 구경했다.

 

내가 고기를 잡나요 묻자, 그가 살짝 웃을뿐이었다. 고기가 좀 잡히나요 다시 묻자 그가 한던 일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금 건져요 한다.

 

금을 건지다니요 금이 이런 곳에 있나요 묻자, 아주 작은 모래 만한 게 있다고 한다. 나는 너무 신기해서 더 머물렀다. 금을 보여줄 수 있나요 하자 그가 또 웃는다. 오늘은 작업중이라 내일 다시 오라고 한다. 나는 아쉬웠지만 그러겠다고 했다. 몇 년 전 앙성 하천에서도 금을 캐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다시 걸어서 갈대 숲을 헤치고 교통대까지 걸어서 거기서는 버스를 타고 왔다. 다음 날 다시 갔다. 이번엔 두명이었다. 그들은 대소원 근방 출생으로 직장을 다니는데 시간이 나면 낚시 대신 금을 찾는다고 한다. 두시간 이상을 기다리니 드디어 그들이 모래를 걸렀다. 잔돌을 거르고 모래를 거르고 검은 흙을 거르고 나니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모래알만한 노란게 보였다. 약 3그램 정도다. 그는 작은 플라스틱병에 특수 꼭지를 달아 그 노란 물체를 빨아들였다. 그러자 청소기처럼 노란 물체를 흡입했다. 나는 작은 금을 허락을 받아 만져보았다.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우리 고장에서 나는 순수한 자연금을 만져보는 느낌은 무척 특별했다. 진짜 금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을 주민에 의하면 그 곳이 왜정때 일본인들이 사금을 채취하던 곳이라고 한다. 일본은 우리나라 금을 얼마나 가져간 걸까.

 

금맛을 간직한 채 혼자 걷는 나의 등을 봄볕이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걷던 둑길이 끊긴다. 하천가로 나는 청주 충주간 공사중인 조용한 도로를 조금 걸어본다. 도로가 높아 사방이 훤히 보인다. 다시 내려와 둑길을 걸어 교통대 다리까지 왔다.

 

충주는 걸을수록 에너지 충전이 된다.

 

보석을 품은 충주의 맑은 물처럼 살기 좋은 청정한 충주가 되어 빛나는 충주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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