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기다렸을 3월, 봄이다. 저절로 드는 싱그런 기분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수녀 시인 이해인 님의 ‘3월에’라는 시를 잠깐 감상해보자.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 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 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 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듯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긴 추운 겨울이 지루하기도 하고 변화무쌍한 날씨에 적응하려 애쓰다 보니 포근하고 따뜻한 날씨가 더욱 그리웠던 것 같다. 기후 이상 변화에 대해 세계가 염려하고 있지만 쉽게 대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게다가 편리함을 추구하고 누리며 살아 온 인류가 갑자기 불편함을 감수하며 이상기온에 큰 영향을 주는 열기기로부터 벗어나기도 힘들 것 같다.
자연도 이상기후에 따라 이상한 짓을 하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심지어는 계절을 잊고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다. 그럼에도 꽃은 언제 보아도 마냥 좋다. 이제 꽃들을 부러 보러 가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우리에게 환한 웃음을 선사할 공식적인 꽃 피는 봄이 왔다.
올해 꽃 소식을 전해 들으니 개나리, 진달래 피는 3월에 벚꽃이 함께 필 것이라고 한다. 순서대로 꽃놀이를 할 수 있어 좋았는데, 한꺼번에 피고 지면 아쉬울 것 같기도 하다. 충주도 만만치 않게 벚꽃길이 많다. 파란 하늘을 이고 피어댄 하얀 꽃송이들, 벚꽃은 지는 모습도 일품이다. 날리는 꽃잎이 꿈속 같지만 떨어져 쌓인 꽃잎 길은 낭만의 최고치다.
우리나라에 레뷰 공연이 처음으로 등장한 1920년대 후반, 창경원 밤 벚꽃놀이의 레뷰를 보고 “겨우 가리울데만 얄팍하게 가리운 굴직굴직한 녀자들의 다리춤이 시작된 때는.... 새떼같이 군중들이 모혀들렀다. ‘저다리! 저다리!’ 이것은 군중의 외침이고, 나의 외침은 ‘저눈! 저눈! 정열에 타는 십뻘건 저 눈들!’...광란의 봄은 레뷰-껄의 다리를 지나갔다”고 조선일보 1930년 4월 15일자에 실린 안석영 님의 글을 옮겨 본다.(레뷰 (revue) / 노래와 춤을 곁들여 풍자적인 볼거리를 위주로 꾸민 연극으로 뮤지컬보다 작은 규모를 일컬음, 19세기 프랑스에서 유래)
지금은 의식주의 자유시대다. 그러므로 경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정도의 노출은 상관없다. 저마다의 개성이 돋보이는 요즘 시대의 분위기가 멋지게 느껴진다. 1930년 4월에 창경원 벚꽃 만발한 꽃그늘 아래서 펼쳐진 레뷰 공연은 희한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겠지만, 지금은 K-문화로 세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우리의 춤과 노래로 멋진 예술인들과 한바탕 즐길 공연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충주댐, 하방길, 중앙탑을 비롯해 온통 흐드러질 전국의 벚꽃길에 가 있다.
앞서 감상한 이해인 시인의 3월에는 가을에 만날 꽃씨를 준비하고 흙도 다듬겠지만, 겨울 동안 기다리던 봄꽃을 만나기도 하는 이 아름다운 3월을 두 손에 오래도록 꼭 감싸놓고 싶은 심정이다.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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