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장날과 주덕장

김영희 | 기사입력 2024/03/19 [09:32]

충주 장날과 주덕장

김영희 | 입력 : 2024/03/19 [09:32]

▲ 김영희 시인     ©

노란 산수유 향기가 꽃샘 삼월을 춤추게 한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하나 둘 꽃문을 연다. ‘카톡~ 카톡~’ 올라오는 단톡에도 흰매화 분홍매화 갖가지 꽃소식이 이어진다.

 

집근처 묵밭에 하얗게 피어난 냉이꽃을 본다. 쑥도 여리게 고개를 내민다. 노랗게 피어난 민들레꽃도 있다. 봄옷으로 갈아입는 들녘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화사한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봄볕을 즐기며 장구경을 간다. 충주자유시장 초입부터 사람이 북적인다. 충주장은 5, 10 5일 간격으로 열린다. 좌판에는 봄나물을 놓고 파는 주름진 미소가 정겹다. 좌판에는 지인도 보인다. 십년 넘게 농사 지은 농산물을 서너가지 소박하게 펼쳐 놓고 파는데, 나를 보자 반색을 한다. 지인의 두 아들은 공무원이다. 시골에 번듯한 집과 전답도 있다. 사는 게 힘들어서도 아니고 장에 나오면 용돈도 벌지만 사람 구경하는 게 좋다고 한다.

 

오늘은 여느 때보다 장구경 나온 사람들의 행렬이 빼곡하다. 만두가게는 인기가 꾸준하다. 호떡집 족발집 풀빵집 앞에는 수십 명이 줄 서 있다. 나는 시장 빵집에서 좋아하는 팥빵을 하나 샀다. 먹거리 볼거리 가득한 충주장이 즐겁게 붐빈다.

 

장날 시장 한바퀴 구경하다보면 반가운 사람도 만난다. 시장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부담없이 누릴 수 있는 시장 카페로 간다. 장날 시장 카페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이다. 찻값은 천원부터 삼천원 선이다. 시장카페에는 디제이도 있다. 칠팔십 년대의 음악다실을 드나들던 세대가 시장 카페에서 추억의 그 시절을 만나는 모습이다. 디제이는 손님들의 신청곡을 받아 틀어주며 분위기를 띄운다. 지인과 나도 오랜만에 조용필의 단발머리와, 노고지리의 찻잔 두 곡을 신청해서 듣는다.

 

카페 한쪽 벽면에는, 한울학교 초·중·고 검정고시 전액무료 라고 써 붙인 글귀가 보인다. 초등학교 검정고시가 있다는 것을 내가 알게 된 것은 1년 반 되었다. 배움의 길을 열어주시는 그 열정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래본다.

 

시장카페에 있으면 시대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칠십대 부부들도 다정하게 들어와 차를 마신다. 시장카페는 낭만과 자유로움이 있다. 찻집을 나와 다시 자유시장 쪽으로 향했다. 호떡집 앞에는 아직도 길게 줄서 있다. 달콤한 냄새에 군침이 돈다. 그 많던 호떡 반죽이 동나기 직전이다.

 

주말인데다 대형마트가 쉬는 날이어서인지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붐빈다.

 

북적대는 장날의 풍경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봄을 입은 듯 파릇한 쑥떡도 인기가 있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이 오뎅을 하나씩 입에 물고 지나간다. 시장에서는 혼자 다녀도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사람 사는 세상은 역시 사람의 힘이 크다. 왁자한 소리를 눈을 감고 가만히 듣는다. 마치 비오기 전날 개구리 합창소리 같다.

 

장구경 하다보니 어릴 때 어머니 따라 다니던 주덕장이 생각난다.

 

주덕장은 1945년 이후 이천년대 초까지 3, 8, 5일 간격으로 열리던 장이다.

 

특히 주덕장은 주덕읍 창전리, 사락리, 노은면 금광 채굴이 활성화 되던 시기에 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요즘은 점점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가까운 마트나 충주 장을 본다고 한다. 어릴 때 추억을 떠올리며 주덕 장날에 찾아가 보았다. 주덕역 건너편에서 시장통로를 거쳐 읍사무소까지 걸어갔다.

 

주덕읍 신양리에서 열리던 장은 500미터에 점포 120여개가 있고 장날이면 30여개의 노점이 열렸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주덕 장날인데도 좌판 없는 빈 장이다. 그래도 이십여년 전까지는 그냥저냥 봄나물을 파는 어르신들이 보였었다. 내가 지나가자 낯익은 점포 주인들이 반갑게 손을 흔든다. 어릴 때 하굣길에 들리던 시장통 친구 집앞을 지난다. 친구네 문구점도 보인다.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다보니 빈 시장이 된 것이다. 추억만 물결치는 주덕장날 어린 내가 뛰어다니던 모습이 선하다.

 

앞으로 삼십년 후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바뀌면 충주 재래시장은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그 시대에 맞게 발전한 충주자유시장을 상상해 본다.

 

꽃이 부르는 소리가 없어도 우리는 저절로 달려간다. 향기로운 봄을 타고 살기 좋은 충주로 많은 발길이 이어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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