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꽃터널 나부끼는 꽃잎 따라 내마음 한 자락 진달래꽃 물들이고 또 내마음 한 자락 복사꽃 물들인다 뒤꼍에는 애기똥풀 노랗게 피어나고 아카시아꽃 하얗게 꿀향기 발하네
4월 첫날부터 알차게 보낸 4월도 이제 하루 남았다. 꽃으로 맞이한 봄은 어느새 초록으로 빛난다.
만물이 소생하는 사월에 안기니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 든다.
오늘은 아침 일찍 안림동 복숭아꽃밭을 걷다가 들어왔다. 복숭아꽃이 하도 예뻐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꽃에 취한 마음은 하루 종일 좋은 기분으로 이어졌다. 이 날은 해질녘 석양마저 마당까지 곱게 비추었다.
저녁에는 가래떡을 조청에 찍어 먹은 후, 말린 과일을 몇 개 먹을 때였다. 카똑 문자가 와서 보니 딸이 보낸 문자다.
4월 말쯤 여행 갈수 있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4월 중순부터는 시간의 여유가 생겨서 대답을 했다.
알고 보니 사돈이 초대한 여행이었다. 여행지는 3박 4일로 일본 후꾸오까였다.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한 시간 만에 후꾸오까에 도착했다. 22일 비행기에서 내리니 비가 조금씩 내렸다. 내리자마자, ‘에히메 고치 17일 지진 6.6, 발생’이라는 외교부에서 보낸 문자다.
캐리어는 화물칸에서 나오더니 손잡이 한 쪽이 부러졌다. 한 쪽에 붙어 있는 손잡이를 붙들고 밖으로 나갔다. 나가자마자 택시로 하카타 그린호텔까지 가니 요금이 이만 원이다. 지하철로 두정거장 거리다. 그린호텔은 하카타역 바로 뒤라 대중교통 이용이 좋은 위치였다. 호텔에 도착하니 프런트에서 3시부터 입실이라고 안내한다. 우리는 짐을 호텔에 맡기고 나와 하카타역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음식점이 줄비한 상가로 들어갔다. 1층은 말고기와 주류, 회종류가 보이는 식당이고, 2층은 주로 라멘이었다.
저녁식사를 할 장소를 봐놓고 계속 둘러보았다. 그러다보니 다섯시가 넘도록 백화점 11층까지 오르내렸다. 1층으로 내려와 들어갔던 입구를 찾으니 낯선 곳만 보였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역대합실까지 갔다. 일본어를 조금 아는 사돈이 학생에게 그린호텔을 물었다. 그러자 여학생이 검색을 하더니 입구까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첫날은 그렇게 헤매다 진한육수의 라멘으로 저녁을 먹고 호텔로 들어왔다. 다음날 아침은 호텔조식으로 먹었다. 그리고 걸어서 근방에 있는 만남의 다리가 있는 나카스 강변을 걸었다. 다리엔 튜울립 화분이 나란히 놓여있다. 한참을 걷다가 건너편으로 오니 유명하다는 이치란 라멘 본점이 보인다. 10층이 넘는 라멘 식당 앞에는 길게 줄서 있다. 십여분 기다리다 우리도 들어갔다. 테이블은 1인용으로 라멘 그릇 하나 겨우 놓을 공간에 양어깨 겨우 숙이고 앉을 정도다. 자리에 앉으니 손바닥만한 커텐이 젖혀지고 안에서 달랑 라멘 한 그릇을 내밀고는 커텐을 닫은 후 정중히 인사한다.
그렇게 단무지 하나 없는 라멘을 먹었다. 옆에 앉은 사돈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혼밥 식당인 듯 그 식당에 온 손님 모두가 그렇게 먹는다.
점심을 먹고 캐널씨티에서 물쇼를 본 후 숙소로 왔다. 조금 쉬었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가다 식사하러 나가는 일본이 부부와 마주쳤다. 그는 우리에게 식당을 안내했다. 우리는 식당에 들어가서 따로 앉아다가 합석을 하였다. 우리는 1인분 2만원짜리 두개를 시켰다. 오고가는 이야기가 길어지는 가운데 그들은 말고기 세접시와 회 치킨 등을 주문해 우리에게도 권했다. 나는 말고기 회를 처음 맛보았다. 사돈은 말고기가 맛있다며 일본어로 그들과 간단한 소통이 되었다. 식사가 끝나고 17만 원의 식사비를 반반 계산하려던 우리는 2만 원만 내게 되었고 나머지는 그들이 다 냈다.
세번째 날은 오호리 공원에 지하철 타고 갔다. 하카타역에서 다섯 정거장이다. 오호리 공원에는 둥근 호수가 푸른 녹음 속에 아름답게 펼쳐졌다. 사돈과 걷다가 화창한 호숫가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을 마셨다.
카페 옆에는 일본에서 가장 큰 후꾸오까시 미술관이 있다. 넓은 미술관에는 이현정 작가의 김치 작품 한 점이 전시되고 있었다. 작가는 부재중이어서 작품 앞에서 사진만 찍고 나왔다. 공원호수 한바퀴 걷다보니 한국 사람이 많았다.
숙소로 오면서 지하철 종점도 가보고 역마다 내려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녁은 숙소 근처에서 말고기와 소고기 등 몇 가지를 곁들여 먹었다. 저녁에는 고급 메뉴로 식비가 십만 원 조금 넘게 나왔다. 저녁을 먹고 운동삼아 역광장에 나가니, 새로 나온 캔맥주 홍보로 무료로 나눠주었다. 우리는 두개 받아서 숙소에 들어와 둘이 하나씩 마셨다. 알콜 농도 7도였는데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4일째 아침은 야채라멘이었다. 국물이 진하고 따듯해서 맛있다. 식당 주변에는 일본인들의 출근하는 모습이 보였다. 등교하는 학생들도 보였다.
호텔에 들어가 우리는 짐정리를 하고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지진 소식이 없어 다행이다.
해외 자유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예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이번 후꾸오까 여행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돈이 부담했다. 나에게는 차 한 잔도 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올 봄엔 사돈 덕분에 회외여행을 누리게 되었다.
이번이 사돈과 세번째 해외여행이다.
두살 위인 사돈은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감각이 세련된 여인이다.
사월의 향기가 바다를 건넌다.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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