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과정을 선택한 딸에게

신옥주 | 기사입력 2024/08/05 [08:38]

힘든 과정을 선택한 딸에게

신옥주 | 입력 : 2024/08/05 [08:38]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

삼 년 전 너의 꿈을 말하며 계속 그 길을 가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내는 딸아. 내 품에 있을 땐 마냥 어리다고 생각해 속으로 걱정도 많았던 엄마가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너의 길을 찬찬히 그려보았어. 세상과 타협이 아니라 경쟁을 하던 엄마는 사회에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일이 너무 많고 교과서적인 조언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체험했었어. 모험과 호기심보다 안정과 편안함을 중요시하던 나를 반추하며 나와는 다른 행보를 가는 모습에 마음이 조마조마하단다. 너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너를 믿는 마음 이상으로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좀 더 쉬운 길을 가면 어떨까하는 우려가 있는 거야. 그러나 성인이 된 후 너의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정말 뿌듯하단다. 한발한발 내딛으며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고 어렵고 힘들어도 자기 힘으로 개척해 가는 모습이 너무 멋지단다.

 

이번에 읽은 책은 제목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소설이야. 끝까지 읽어보면 알겠지만 소설 형식으로 쓴 철학과 위인전을 버무린 과학책이야. 저자 룰루 밀러는 아버지와 데이비드 스타 조던 두 사람을 비교 대조하면서 자기의 길을 찾고 있어. 저자는 사람이 사는 의미를 아버지에게 묻지만, 아버지는 ‘인생에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거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고 하시며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한다. 저자는 이 말을 듣고 인간이 이렇게 힘들게 살거나 봉사를 하거나 자기만족을 위해 살거나 다 똑같다면 왜 사는지 의문을 가져 해답을 줄 위대한 인물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연구하기 시작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미국의 유명한 스탠포드 대학의 초대 학장이었으며 그의 이름을 딴 수많은 건물과 도로명과 물고기 이름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과학자야. 데이비드도 아버지와 비슷한 어조로 자연은 인간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 그냥 자연이며, 자연 입장에서 인간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해. 여러 번 역경을 만나 좌절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꿋꿋이 일어나는 데이비드를 흠모하던 저자는 그의 잘못을 발견하곤 경악해. 그는 스탠포드대학의 창립자인 제인 스탠포드가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살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우생학에 빠져 나치가 했던 일을 저질렀어. 우생학이란 자연에는 단세포동물에서 인간에 이르게 하는 객관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신성한 계층구조인 사다리가 있다는 이론이야. 뛰어난 형질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서는 부적합한 개체들의 번식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 불임화 정책을 적극 도입해 그들이 구별한 부적합 여성들이 임신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수술을 동의도 없이 마구 실시해. 우리가 세상을 살다 보면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흑백논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게 되는 때가 있는데, 바로 데이비드가 그런 예로 보면 될 것 같아. ‘왜 꼭 의미를 부여해야 하지? 인간으로 태어난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하지 않나?’라는 의문을 평생 가져온 엄마에게도 좋은 책이야.

 

엄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상식도 많았어. 새들이 공룡이라는 사실, 버섯은 식물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사실은 동물과 훨씬 가깝다는 사실, 그리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등등 살짝 충격받았단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사실은 전혀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고, 오히려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봤을 수도 있다는 것에 반성했단다. 그러면서 그 힘든 길을 가는 네가 생각났단다. 내 딸이 이리도 험한 산을 넘으려고 하는구나. 도와줄 수도 없고 도와주지도 못할 길을 가는 네게 이 말을 하고 싶었어. 엄마는 이 책에 나온 데이비드나 아버지도 별로지만 저자도 매력적이진 않았단다. 그러나 책이 나에게 주는 교훈은 있었기에 너에게 들려주는 거야. 인간은 우주에 비하면 정말 미세먼지보다 작은 존재이고 미약할지 몰라. 그러나 기왕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니? 대단한 위인이 안되더라도 멋진 예술가가 되진 못하더라도 우리 존재 자체가 하나의 별이란다. 엄마가 바라볼 때 어느 순간 너는 빛나지 않은 적이 없었어. 세상 단 하나뿐인 내 별이야. 더 크고 밝게 빛나는 별이 없다는게 아니라 수많은 별들 속에 꽁꽁 숨어 있어도 너라는 별을 엄마는 찾을 수 있어. 세상 누구보다 빛나는 내 딸아. 언제나 너의 뒤에 서 있을 엄마를 생각해. 넘어지고 쓰러져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우리가 있어. 그러니 너 하고싶은 대로 하며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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