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풍류관에서 풍류(風流) 했다

최성자 문화산업경영학 박사 | 기사입력 2024/09/30 [08:39]

충주 풍류관에서 풍류(風流) 했다

최성자 문화산업경영학 박사 | 입력 : 2024/09/30 [08:39]

▲ 최성자 문화산업경영학 박사     ©충주신문

지난 토요일 저녁, 수려한 남한강 줄기를 배경으로 선조들의 풍류의 멋을 되새겨보는 힐링의 공간 ‘풍류관’에서 2024년 충주 시립우륵국악단이 지역 특산물로 빚은 술 기업 다농 바이오와 파트너로 놀고 마시는 음주 가무의 장을 만들었다.

 

검푸른 하늘 아래 달빛 대신 불빛 윤슬이 반짝이는 강가에서 음악과 술과 춤에 취해 한밤을 놀아보는 그 아름다운 밤은 환상이었다.

 

27일 금요일부터 준비된 풍류인데 필자는 주말 밤을 즐겨보고자 토요일에 찾았다. 예약을 미리 해 놓으면 준비된 다과와 요즘 핫하게 뜨는 하이볼과 증류주를 맛볼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놓았으니 이번 기획은 참신하고 일반적인 문화행사와는 사뭇 다른 즐거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천안시 충남국악관현악단 지휘자 겸 예술감독 공우영 님의 편안한 진행에 맞춰 충주 시립우륵국악단이 들려준 신수제천을 시작으로, 예술적 가치가 높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통 성악곡인 가곡 ‘평롱’도 운 좋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농 바이오에서 준비한 하이볼을 시작으로 중간중간 가무치 낫포세일과 이름도 요염한 능화 오크라 불리는 술대접을 받으니 시인인 나는 마음속으로 시 한 수가 마구 떠오르기도 했다. 그 사이 한국 무용의 백미라 일컫는 ‘승무’를 바라볼 때는 섬세한 움직임의 파동이 남한강 강물을 살짝살짝 흔드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고깔을 쓴 춤추는 이의 얼굴이 은근히 궁금했는데 아마도 중용이라는 법칙을 바탕으로 인간 내면을 철학의 경지로 승화시킨 무용이라고 해서인지, 절제된 그의 춤사위 속에서의 얼굴 표정을 엿보고 싶었던 것 같다. 불교적 색채를 띤 무용이라 그런가, 언뜻 부처의 미소 띤 얇은 눈가가 연상되는 것을 본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승무의 맥을 이어오던 고 정재만 님의 아들 정용진 님의 승무는 풍류를 빛내는데 탁월하게 일조를 한 것 같다.

 

그 외 춘향가며 춘앵무 그리고 김영동 님의 창작곡인 산행, 초원, 멀리 있는 빛과 설장구 합주로 마무리하기까지 요목조목 요긴하게 볼거리를 제공 받은 것 같아 정말 흡족했던 무대였다. 무엇보다 새로운 변화가 보이는 프로그램으로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자리였던 것 같다.

 

김수영 시인의 ‘멀리 있는 무덤’에 곡을 입힌 ‘멀리 있는 빛’을 연주한 충주 시립우륵국악단 상임지휘자 정도형 님의 대금 소리는 지금까지 나지막이 귓가에 구슬프게 남아 있다.

 

「엊그제 빚은 술이 어도록 익었나니 잡거니 밀거니 슬카장 거후로니 마음에 맺힌 시름 적으나 하리나다 거문고 시욹얹어 풍입송 이야고야 손인동 주인인동 다 잊어 버렸어라」

 

공연 안내를 알리는 ‘풍류’ 브로슈어 첫 장에 쓰여있던 이 시조는, 조선 시대 정철이 25세 때 처의 당숙인 김성원에 대한 존경의 마음으로 지은 성산별곡 중의 마지막 단락이다. 성산 식영정 주변의 자연경관을 묘사한 것으로 자연과 조화로운 공존을 통해 삶의 지혜를 나타냄과 풍류를 예찬하며 술로 인해 세상 시름을 달래는 인간의 감정을 노래한 것이다.

 

다농 바이오가 빚어 놓은 술이 어도록 익었나니 우륵국악단과 시민들이 어우러져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충주 중앙탑 공원 내에 있는 풍류관에서의 풍류가 지속되길 바라며 진한 감동이 전해진 실로 아름다운 날이었다. 고서에 충주지역이 음주 가무가 발달 된 곳이라는 것을 예전에 공부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던 적이 있다.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노는 곳이 아니라 자연과 예술과 사람의 어울림이 있는 곳으로 해석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재차 수준 높은 문화예술의 도시임을 재확인한 것 같다.

 

다음엔 음주를 위한 대비로 차량이 준비되어 있다면 마음 놓고 마시며 춤추고 노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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